북한과 러시아가 양측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의 비준을 완료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전선 투입 정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북·러 조약을 근거로 파병을 공식화하고 추가 파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지난 6월 체결한 북·러 조약을 전날 비준한 후 서명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지난 9일 푸틴 대통령이 북·러 조약에 서명한 지 이틀 만이다. 조약의 효력은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하는 날부터 발생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1만명 이상의 인민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는 그간 인민군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조약의 효력이 발휘되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파병 사실 역시 공개 인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러 조약에는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라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북·러 조약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상당히 개연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러 조약과 러시아 파병을 연관시킬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파병 공식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 파병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선포”라며 “전투의 최전선에 인민군을 배치하기 전에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병력 지원을 받은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등 보답에 나설 공산도 크다. 특히 북한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공군력 강화를 위한 러시아의 전투기 지원 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했을 때 하바롭스크주에 있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찾아 다목적 초음속 전투기 수호이(Su)-35의 시험비행을 참관하고 직접 올라타는 등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전투기는 6·25전쟁 때 사용하던 미그(Mig)-15, 미그-17 등이 다수인 상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해주는 시나리오가 우리한테는 제일 악몽”이라며 “김정은은 수호이 등 최신 전투기도 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S-300 등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