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들이 속속 복원되고 있다. 지역의 뿌리 찾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역사적인 공간이 부각되고 있다.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전태일의친구들’은 중구 남산동에 있는 전태일 열사 옛집을 복원해 13일 개관식과 54주기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전태일 열사의 대구 옛집 복원 작업은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 2019년 시민 모금운동이 시작돼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3200여명이 약 5억원을 모았다. 시민 모금과 후원만으로 예산을 마련한 복원 추진 단체는 지난 2020년 옛집을 매입해 복원을 진행했다. 허물어졌던 방과 마당 공간을 다시 만들었고 전 열사가 앉았던 의자와 읽었던 책을 상징하는 동판 조형물 등도 제작했다.
기독교 선교사가 지은 영남지역 최초 근대식 병원인 대구 제중원도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청라언덕에 복원돼 공개됐다. 제중원은 1899년 존슨 의료선교사(1869~1951년)가 머슴들이 쓰던 작은 초가집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약방’이라는 이름으로 약을 나눠 주다가 제중원이라고 적힌 족자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진료활동을 시작했다. 제중원은 대구 근대 의료 역사의 출발점이다.
저항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육사 선생이 첫 옥고를 치른 대구형무소도 복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형무소는 일제강점기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육사 선생의 대구형무소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