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야당의 참여 없이 출범했지만 의료계에선 일단 대화의 문을 연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관건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전공의들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와 의대생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탄핵으로 꾸려지는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전공의는 무조건 ‘7대 요구안’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돌아올 생각도 하고 있다”며 “협의체가 잘 가동돼 전공의 참여를 설득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의·정이 공식 테이블에 앉지 못한 채 약 9개월이 흐른 만큼 마주 앉는 것부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강경론이 여전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출범 직후 SNS에 ‘무의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대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협의체 대화에서도 내년 의대 정원 같은 핵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주요 의료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박 위원장이 언급했듯 다른 전공의들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다른 기구들도 있었지만 전공의 없이 협의체를 꾸린 것뿐이어서 결과도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일단 협의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전협과 뜻을 같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공의 참여 없이는 의대생도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