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담배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이달 중 합성 니코틴을 이용한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를 10㎖ 용량으로 국내에 출시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 담배가 출시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전 세계 10대 경제권에 드는 한국이 건강식품도 아닌 유해물질 실험장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BAT가 국내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간단하다. 담배 규제 곳곳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상 합성 니코틴은 ‘담배’로 규정되지 않아 세금이 거의 없어 온라인을 통해 싸게 유통되는데다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게다가 국내 청소년 흡연의 30%가량이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시작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청소년들은 쉽게 흡연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로 전환을 촉진하고 니코틴솔트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 중독을 심화할 수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탓에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재정부 등 여러 기관이 책임을 미루며 실질적인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의 글로벌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한다. 지난 7월부터 관련 법 개정안이 9건 발의되었으며, 청소년 건강 보호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보호할 책무가 있으며, 다국적 기업이 담배산업 확장을 위해 한국을 실험장으로 삼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