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맨 비전(One Man Vis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온전한 크리스천이 세워지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가정과 지역과 나라까지도 변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에 소망을 두고 제자로 양육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 선교학자 랄프 윈터 박사가 개발한 TEE(Theological Education by Extension) 프로그램을 우크라이나어로 번역 및 출판하고 보급하는 김대오(60) 선교사는 결의를 다지듯 미소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TEE 교재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번역해 출판한 것은 김 선교사가 최초다.
김 선교사는 2019년 직접 번역한 교사용·학생용 TEE 교재를 활용해 현지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가 양성한 제자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교회와 고아원, 교도소 등에도 성경공부 교재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 내한한 김 선교사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김 선교사는 2005년부터 6년간 우즈베키스탄 선교사로 활동하다 2012년 우크라이나로 파송받아 키예프 은혜와진리신학교에서 7년간 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2019년 TEE 교재를 번역하며 갖게 된 비전이 있다”며 “그것은 우크라이나에 TEE가 정착해 수많은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 든든하게 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매주 월요일 줌(Zoom) 강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독일 스페인 등 각지 사역자들과 TEE 강의 및 교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가 양성한 이들 중에는 교도소에서 사역하는 알렉산드르(애칭 사샤·48) 전도사, 블라디미르 도브리젠(57) 목사 등이 있다. 김 선교사가 번역한 TEE 프로그램이 제자들에 의해 고아원 교도소 등 지역사회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 선교사는 “사샤 전도사를 처음 만난 것은 12년 전 그가 학부생일 때였다. 당시 새벽기도 담당 교사이던 나와 교제를 나눈 것을 인연으로 TEE 모임도 함께하게 됐다”면서 “사샤는 우크라이나 현지 교도소에 TEE 교재를 나누고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성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교도소에 이런 교재가 배포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김 선교사는 “현지인인 사샤가 사역에 열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사샤로 인해 많은 수감자들이 복음을 접하고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TEE 교재는 전쟁으로 인해 해외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김 선교사는 “10년 전 처음 만난 블라디미르 목사는 현재 TEE 프로그램을 통해 제자를 양성하고 곳곳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제자를 파송해 교회를 분립개척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 30여명이 모여있는 폴란드 트체프 한 고아원에 집사 부부를 파견하고 성경교재를 전달하는 등 후원과 영적 양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는 물질이 아닌 관계와 양육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과 사랑으로 대할 때 서로 형제가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