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가 함께하는 교구 ‘정원’은 복음의 요람

입력 2024-11-12 03:07
서울 반포교회 교회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열린 추수감사주일 전교인 찬양예배에서 찬양하고 있다. 반포교회 제공

서울 반포교회(강윤호 목사)에는 ‘정원’이라는 이름의 구역 시스템이 있다.

2017년 강윤호(50·사진) 목사가 부임한 이후 도입한 정원은 교인 첫째 자녀 나이 기준으로 구역을 재편한 게 골자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정원 앞에 ‘씨앗(2~4세)’ ‘새싹(초등학생)’ 등의 별칭도 붙였다. 무엇보다 이 정원에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참여한다. 기존의 구역장 역할을 하는 ‘정원지기’와 함께 모든 세대가 한 데 묶인 셈이다.


정원 시스템의 신설은 전통적인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1973년 반포의 아파트 상가에서 창립한 교회에는 어르신들의 비율이 꽤 높았다. 정원을 통해 30·40·50세대 교인이 유입되면서 교인도 늘고 연령대도 한층 젊어졌다.

정원이 활성화하면서 ‘교회 행사=가족 모임’이 됐다. 정원으로 체질 개선을 한 교회는 가정예배와 5월 마지막 주일에 드리는 온 가족 예배, 10월 온 가족 감사 찬양 예배, 자녀 리더십 양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하는 온 가족 선교역사 답사 등 다양한 ‘가족 양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는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신앙교사가 됐다.

강 목사가 정원 시스템을 도입한 건 ‘교회학교가 죽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교목 출신으로 다음세대 신앙 양육의 최전선을 경험했던 강 목사는 10일 “그동안 교회교육이 전적으로 교회에 떠넘겨진 ‘위탁 교육’ 형식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주일이 168시간인데 자녀들을 교회학교에 고작 1시간 맡겨서 도대체 무슨 신앙훈련을 할 수 있겠냐”면서 “이렇게 해서는 절대 신앙이 자라지 않는다. 정원 시스템은 결국 부모를 주중 신앙교사로 세우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강 목사가 주목한 건 자녀들의 인성 문제였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훌륭한 인격자로 길러내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제대로 된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선 이 부분을 가정이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출산에 이어 양육 과정에 있어서 품성 및 신앙교육을 간과할 수 없는 크리스천 부모들에게 교회가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음세대 양육 책임을 모두 가정에 전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교회는 ‘가정 신앙 교육 리소스 센터(리소스 센터)’를 통해 정원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교회 지하 1층과 지상 2층 ‘커피정원’에 마련된 리소스 센터에는 매달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와 각 교회학교 부서 안내 등을 ‘큐알(QR) 코드’로 제공한다. 리소스 센터는 교회 안의 작은 교육 도서관과도 같다.

가정에서 신앙교사가 돼야 할 부모세대도 양육의 대상이다.

부모를 신앙교사로 세우기 위한 중심에는 교육 전문가를 초청한 ‘부모교육 세미나’가 있다. 이를 통해 자녀 나이에 따라 필요한 신앙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교회학교 교육과정에도 부모들이 적극 참여한다. 교회학교의 가장 큰 행사인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여름 캠프를 위한 서약식’과 부모 기도회가 눈길을 끈다. ‘뒷받침 기도회’를 통해 교회학교 여름 사역을 위해 전 교인이 함께 기도도 한다.

강 목사는 “첫째 자녀 나이로 정원을 꾸리고 난 뒤에는 정원 구성원들끼리 자녀들 이야기를 하면서 늘 활기가 넘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교인 가정을 심방할 때도 교회학교 교역자와 정원지기가 동행한다. 어른들만 모이는 구역예배와는 달리 자녀와 부모가 함께 모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들도 자녀들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교회의 정원 시스템은 모든 목회 방향을 가족에 맞추는 동력이 됐다.

다음세대 양육에 방점을 찍은 정원 시스템은 실버 세대 양육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라이프 시즌 미니스트리(LSM·Life Season Ministry)’는 전 생애 주기 성경공부다. 은퇴와 신앙 전수 등 삶의 중요한 순간을 주제로 어르신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대화하는 새로운 형식의 사역이다. 모든 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특화된 교육과정까지 마련하면서 다음세대부터 고령 교인까지 ‘온 세대 목회’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LSM은 어르신과 30·40·50 부모세대와 자녀들이 함께 신앙적 대화를 하는 게 중심이다.

강 목사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조부모와 부모·자녀 세대를 한 데 묶어 서로 신앙적 대화를 하도록 하는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신앙 경험과 지혜가 자연스럽게 전 세대로 전수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의 보람도 크고 함께 참여한 다른 세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자녀들의 주중 신앙 양육에서 시작한 정원 시스템은 이처럼 ‘전 생애 주기 목회’로 이어졌다. ‘완주자의 노래’가 이 사역의 궁극적 목표다. 강 목사는 “저출산 추세 속에서 교회가 다음세대의 보금자리가 돼야 하는데 정원 시스템이 복음의 요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신앙 선배들의 ‘내리 사랑’을 통해 은혜의 선순환 구조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