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데 폐암에 걸렸다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대한폐암학회가 이런 ‘비흡연인 폐암’ 정보를 담은 책자를 최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비흡연인 폐암은 평생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거나 100개 미만의 담배를 피운 사람이 해당한다. 폐암 환자 중 비흡연인 비율은 약 30~40%로 알려져 있다. 2014~2017년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비흡연 폐암 환자는 전체의 38%를 차지했고 특히 여성의 89%가 비흡연자였다. 비흡연인 폐암은 점점 증가 추세다.
비흡연 폐암은 지금까지 밝혀진 위험 요인 노출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간접흡연은 흡연자가 내뱉는 주류연보다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부류연 노출이 더 위험하다. 폐암학회 홍보위원인 강혜린 중앙보훈병원 호흡기내과장은 11일 “부류연은 불완전 연소로 발생하는 연기로, 벤조피렌 같은 발암 물질의 농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석면이나 라돈, 대기오염 물질(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도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특히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평방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이 9% 증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초미세먼지는 건강한 폐 조직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초래해 폐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폐선암은 폐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유형으로 국내 비흡연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엔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나오는 연기, 일명 ‘조리흄’과 폐암 발병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고온 조리나 튀김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물질을 인체 발암 가능성 큰 2A급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조리흄의 위험성은 충분한 주방 환기로 줄일 수 있고 연기배출을 잘 수행하면 폐암의 상대적 위험도를 50%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동물성 음식에 대한 기름 조리나 직화 조리는 가능한 줄이고 삶거나 찌는 조리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유전 및 가족력도 비흡연 폐암과 관련 있다. 직계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을 때 폐암 발병률이 배가량 증가한다. 특히 가족 중 젊은 나이에 폐암에 걸린 사람이 많거나 여러 명의 가족이 폐암에 걸린 경우, 가족 중 흡연자가 있을 때 폐암 위험이 더 크며 이는 여성에서 조금 더 두드러진다. 강 과장은 아울러 “비흡연 폐암은 ‘EGFR 유전자 변이’가 굉장히 많다. 동아시아인의 경우 70% 이상이 해당 변이가 나타난다”면서 “다만 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 치료제를 쓸 기회가 많고 예후도 흡연 폐암보다 좋은 편”이라고 했다.
비흡연 폐암이라고 흡연 폐암과 특별히 구분되는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다. 심한 기침이나 호흡 곤란, 기력 저하 등이 나타날 정도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강 과장은 “단, 담배를 안 피우는데 기침이 잦다고 무조건 폐암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천식이나 후비루, 위식도역류증 등도 만성 기침이 주요 증상인 만큼 3개월 넘게 기침이 끊이지 않으면 천식 등 다른 의심 질환과 함께 폐암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비흡연인 폐암 책자는 폐암학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