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탄핵됐다.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임 회장 탄핵으로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장기화한 의·정 갈등이 임 회장 탄핵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과 비대위 구성안 표결을 위한 긴급 임시총회를 열었다. 재적 대의원 248명 가운데 224명이 출석해 가결 정족수 150명을 훌쩍 뛰어넘은 170명 찬성으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한 대의원은 “현 집행부가 내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성을 갖기는 힘들다는 대의원들의 뜻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탄핵 직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의협은 한동안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비대위원장은 오는 13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택우 강원도의사회 회장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등이 거론된다. 새로 들어서는 비대위 임기는 다음 집행부가 들어설 보궐선거까지 최장 60일 이내로 제한된다.
새로 들어서는 비대위는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직접 회의장에 참석했고, 결정 직후 자신의 SNS에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줄곧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다른 협상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비대위 역시 기존 주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의협이 11일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석할지 등이 관건이다.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컸던 전공의와 의대생이 비대위와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브리핑에서 “비대위가 구성되면 대전협과 긴밀히 의견을 교환해서 협의체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비대위원장은 대전협과 잘 협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