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8명 수사 의뢰

입력 2024-11-11 01:22

이기흥(사진) 대한체육회장이 자녀의 대학 동창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자격요건 완화를 부당하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이 체육회 직원들한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해왔다는 진술도 나왔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대한체육회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 등 8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초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본인의 자녀와 친분이 있는 A씨의 이력서를 전달했다. 채용 담당자 3명에게는 A씨 채용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대표 경력, 스포츠지도자 자격 등 지원자격 요건을 완화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요건 완화를 반대한 채용부서장을 교체했다고 한다.

체육회는 국가대표 경력, 지도자 자격 등 요건을 삭제한 채 8월 채용공고를 진행했다. A씨는 그해 9월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됐다. 서영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부당한 채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30명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체육회가 2018년 4월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사업으로 취득한 후원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63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회장실에 배당한 사실도 파악됐다. 이 회장은 국제스포츠 관련 인사들에게 물품을 주겠다며 가져갔으나 실제로 누가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체육회는 또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후원이나 기부 또는 수익사업을 통해 280억원 상당의 물품을 받았으나 누가 사용했는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체육회가 파리올림픽 참관단을 운영하면서 체육계와 관련 없는 이 회장 지인 5명을 포함시켜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 입장문을 냈다. 체육회는 “이번 발표는 이 회장을 비롯한 종목단체장 연임 심사를 이틀 앞두고 이뤄져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