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조준선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법원 겁박 무력시위’로 규정하고, 이 대표 1심 재판 생중계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전까지 당정 갈등 모습을 최소화하고, 보수 결집를 통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만약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를 하자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의 선고가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 앞으로 이 대표의 모든 범죄 혐의 판결이 끝날 때까지 몇 년이고 아름다운 서울의 평온한 주말을 민주노총과 합체해 폭력으로 어지럽히겠다는거냐”고 날을 세웠다. 전날 민주당 주도 대규모 장외집회를 법원 압박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거듭 요구하며 여론 환기에 나선 것이다.
한 대표의 공세는 민주당 주도 장외집회에 대한 참석 열기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기대와 달리 이 정도 무력시위로 명백한 유죄를 무죄로 바꾸게 하는 판사 겁박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집회 참여 열기가 뜨겁지 않은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와는 별개로 재판을 앞둔 이 대표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도 상당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추가 쇄신을 요구하기보다 당정이 약속한 변화와 쇄신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공세를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7%(자세한 사항은 한국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로 최저치를 찍었지만, 친한계는 대통령실을 겨냥한 직접 비판은 자제했다. 기자회견 직후에 나왔던 비판적인 반응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이 당초 기대보다는 조금 못 미친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대통령실이 ‘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제는 당과 정부가 각자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밟는 것을 여당 쇄신책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외교 순방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김 여사 측근으로 지목된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철회한 것이 대통령실 변화와 쇄신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김 여사 특검법 공세를 강화한 것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는 여권 분열 노림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 관계자는 “보수 결집을 끌어낼 수 있는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