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들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대면을 상수로 뒀고, 그 시기도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지금의 한·미동맹 체제 역시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서로 ‘윈윈’하는 능동적인 제안에 나서며 대외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과 공동으로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박준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를 초청해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 방향을 전망하는 ‘미 대선 이후의 국제질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트럼프 2기 정부의 중심 키워드로 예측 불가능성을 꼽았다. 변화는 분명하지만, 방향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는 욕심이 있다. 사안에 따라 본인의 판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정책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의 자국 이익 중심주의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전 원장은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지 않고 해외 개입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동맹 체제에서 미국의 책임을 훨씬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현 상황을 ‘세계 질서의 전환기’로 보면서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한국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사는 “우리 역량을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너무 겁먹고 굴종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황재호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은 “첨단 기술과 무기, 자본이 있는 엘리트 국가들을 활용하는 소다자 협의체는 현실적으로도 트럼프에게 메리트가 있다. 트럼프는 거래 의제에 따라 대응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