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K증시… 외국인, 석 달간 15조원어치 팔아치웠다

입력 2024-11-11 00:02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석 달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약 15조원어치를 내다 팔며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리스크로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8월 23일(2701.69) 이후 두 달째 2500~2600선을 오르내리면서 답답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8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0.14% 하락한 2561.15에 거래를 마쳤다.

박스권 장세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에 의해 굳어졌다. 지난 8~10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4조72227억원을, 기관 투자자는 2조5920억원을 순매도했다. 2008년 이후 외국인이 3개월 누적 15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경우는 2008년 1~3월과 2020년 3~5월뿐이었다. 매도의 집중 타깃이 된 업종은 반도체주다. 이 기간 KRX 반도체 지수는 17.26% 급락했다.

한국 증시에 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스피는 지난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기대감으로 2580선까지 올랐다. 당시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295억원, 3147억원을 순매수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미 대선 직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상승 폭이 다시 제한됐다. 호재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가운데 악재가 발생하면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우려 등을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게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이익 추이와 연관성이 높아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나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 반등과 같은 변화가 있어야 주가 반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전격적인 관세 부과로 이 문제가 재점화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11~15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500~2600으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의 상·하원 과반 확보가 유력해 트럼프 당선인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 부과,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 금리 인상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