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유연성 K팝의 강점…‘아파트’는 대중음악 미래”

입력 2024-11-11 02:19
미국 버클리음대 샤릭 하산(오른쪽) 교수와 클레어 림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CJ문화재단 제공

“K팝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해요. 브루노 마스가 ‘아파트’에 참여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J×버클리 마스터클래스’ 진행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버클리음대 샤릭 하산 교수와 클레어 림 교수는 K팝의 특징으로 다양성과 유연성을 꼽았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두 교수는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어울리게 만드는 게 ‘K팝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팝과 알앤비, 랩, 전자 디지털 악기(EDI)에 춤까지 겸비된 하나의 작품에 프로듀싱이 많이 된 보컬까지 얹어진 게 K팝이라는 것이다. 국경과 문화를 넘나드는 K팝의 특성이 버클리 내에도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싱가포르 출신의 음악 기술자이자 ‘돌트릭’이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일렉트로닉 장르 뮤지션 림 교수는 “교수들도 K팝을 함께 배우며 수업하고, 비한국인 학생들이 K팝 곡을 가져와 이런 곡을 프로듀싱하고 싶다고 말한다”며 “K팝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버클리 학생들도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됐다. K팝뿐 아니라 라틴 음악 같은 다양한 장르도 시도하는 걸 보고 있다. K팝이 다양한 장르를 사용하는 곡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전부터 K팝을 들어온 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더욱 크게 체감한다며 웃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나본 두 사람에게 한국 학생들의 특성이 무엇인지 묻자 유연성, 열린 자세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도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하산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기술, 이론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특히 연주에 대한 태도가 좋다.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음악에 대한 유연성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두 교수는 이날 한국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청소년 음악 동아리 4팀이 CJ아지트에 마련된 무대에 섰고, 두 교수는 이들의 무대를 보며 코칭을 했다.

“아주 좋아요”를 연발하던 하산 교수는 베이스를 강약을 조절하며 연주해볼 것, 드럼을 칠 때 메트로놈(박자기)을 사용해 일정한 박자를 유지해볼 것 등 세밀한 피드백을 계속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의 피드백을 곧잘 수용하며 점차 곡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이어 클레어 림 교수는 학생들에게 EDI를 소개하며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열린 ‘CJ×버클리 마스터클래스’는 CJ문화재단과 미국 버클리음대가 2011년부터 이어온 파트너십을 토대로 올해 처음 진행됐다. 버클리는 매년 40여개국을 직접 방문하고 오디션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그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교수진은 2016년부터 ‘CJ×버클리 콘서트’를 열어왔다.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대중음악이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이라 보는지 두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하산 교수는 “브루노 마스는 마이클 잭슨처럼 퍼포먼스와 음악성, 대중성을 모두 결합한 아티스트”라며 “그런 아티스트가 K팝에 발을 담가 로제와 협업한 건 우연이 아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림 교수는 “둘의 협업이 미래 대중음악에 대한 힌트가 됐으면 한다”며 “이런 협업이 더 많아짐으로써 음악이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