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이해 충돌 방지 서약’을 아직 제출하지 않아 정권 인수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텔 등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뿐 아니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 측근들의 비즈니스가 이해 상충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측이 이해 충돌과 기타 윤리적 문제를 피하겠다고 확약하는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권력 이양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2019년 대통령직인수법(PTA)을 개정해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임 기간 본인의 이해 충돌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등의 내용을 담은 윤리 계획을 선거 전에 제출하고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PTA에 따라 지난달 1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해야 했던 윤리 계획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백악관과 트럼프 측은 선거 직후인 지난 7일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측은 윤리 계획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도 제출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PTA 개정에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경험이 반영됐다. 트럼프는 첫 취임 직전인 2017년 1월 자신의 사업 자산을 매각하거나 독립적인 관리인에게 신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해 충돌 우려를 낳았다. 비영리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에 따르면 트럼프의 첫 임기 때 이해 충돌은 3400건 넘게 발생했다. 트럼프 본인 소유의 호텔과 리조트에서 정치 행사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 측근 중에도 머스크를 비롯한 사업가들이 많아 이해 상충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하워드 루트닉 트럼프 인수팀 공동위원장은 금융회사 캔터피츠제럴드를 운영 중인데 그동안 암호화폐 업체 ‘테더’의 은행 관련 업무를 맡아 테더를 적극 홍보해 왔다. 하지만 테더는 불법 금융 활동 조장 혐의로 재무부 조사를 받고 있다. 테더가 발행하는 코인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테러리스트 등의 자금 세탁에 사용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루트닉이 실제 장관 자리에 오를 경우 이해 상충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루트닉이 재무부 수장이 되지 않더라고 인수팀 공동위원장이자 인사 관련 의사 결정권자로서 암호화폐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3일 백악관에서 만나 정권 이양을 논의한다. 바이든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회동으로, 물러나는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을 백악관에서 면담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관례였다. 다만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뒤 바이든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