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교회답게' 기치를 내건 초교파 목회자 모임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지난달 새롭게 출범했다. 목회자포럼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영적 리더십을 키워 목회자다움을 추구하고 이 땅에 건강한 교회와 미래세대를 세워 나갈 예정이다. 또 혼란의 시기에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목회세미나 등을 열고 같은 길을 걷는 동역자들과의 교제를 통해 서로를 격려한다.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용(신길교회) 목사는 "목회자포럼을 통해 한국교회에 복음의 열정이 다시 타오르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신임회장을 1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만났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국민일보목회자포럼 회장을 맡으셨다.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그동안 국민일보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민족 복음화를 이뤄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건강한 목회자를 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하니 하나님께서 나에게 섬기는 마음을 주셨다. 목회자포럼이 2015년 시작됐지만 재창립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마음으로 복음 전파와 기독교 세계관을 전파하는데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또 목회자포럼이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가는 조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창립식에서 ‘목회자포럼이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이 되자’고 한 취임사가 인상 깊었다.
“흐르는 물은 맑다. 또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낮은 자리를 찾아가셨던 예수님의 리더십과 같다. 목회자들의 리더십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럼에 40~50대 젊은 목회자, 크지 않아도 탄탄한 교회 목회자들이 많이 오셨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이다.
목회자들이 한계를 느낄 때 건전한 그룹에 참여해 힘을 공급받고 길을 찾고 싶은 욕심이 있다. 목회자포럼에 그런 기대를 거신 것 같다. 또 초교파로 모였기에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균형 잡힌 자리가 됐다. 맑은 물에 물고기들이 모인다. 앞으로 목회자포럼이 올바른 길을 걸어간다면 더 좋은 목사님들이 많이 참여하실 것이다.”
-목회자포럼이 내년에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 세미나 등 다양한 사역을 시작한다.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할까.
“지난해 120년 역사를 가진 영국 웨일스 모리아교회를 방문했다. 1904년부터 18개월간 10만명이 전도된 곳이다. 지금은 7명이 남았다고 한다. 140년이 된 한국교회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은 것을 보면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경계심을 갖고 교회 안팎에 복음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초기 기독교 복음의 열정이 다시 타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숫자는 커졌는데 복음의 힘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눈높이가 있다. 우리교회도 코로나19 때 18억9000만원을 지역사회를 위해 출연했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사랑의 시그널을 보내니 주민들이 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다음세대 리더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영국의 어떤 교회는 목회자 1명이 10개 교회를 담당하고 있었다. 목사님이 10주마다 한 번씩 교회에 가서 돌보는 것이다. 물적 자원이 있어도 인적 자원이 없으면 큰 문제다. 목회자든 선교사든 다음세대를 재부흥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형교회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은데 여전히 힘겹게 사역하는 작은 교회도 많다. 대안이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모든 교단의 고민이다. 나라의 경제는 가내수공업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대기업이 공존해야 건강한 구조가 된다. 교회도 상가 작은 교회부터 규모가 큰 교회까지 공존해야 건강해진다. 지금은 한 교회가 잘 되고 말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생존을 생각해야 할 때다.
도시 교회는 농어촌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농어촌교회들이 젊은 세대를 잘 키워 도시로 보내고 있고 도시교회는 받기만 했다. 도시교회가 잘해서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상생의 원칙을 지켜 가진 것을 깎아내고 희생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교회가 한 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작은 교회 목사님도 그 교회에 다니는 교인만이 열매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한국교회 전체가 열매다. 천국에 가면 놀랄 만한 상급이 있을 것이다.”
-8년 전 신길교회에 부임한 후 젊은 교인이 많이 늘었다. 청소년 콘퍼런스를 열면서 다음세대가 신길교회로 몰려온다. 어떤 신앙의 전수를 했나.
“영아부터 장년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통전적 목회를 하는 게 목표다. 전통은 존중하되 전통주의에 빠지면 안 되고 권위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세대에 진심을 보이는 교회다.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는 식사도 먼저 하게 하고 승강기도 먼저 타게 한다. 그들에게 90도 인사한다는 생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니 소통이 된다.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를 위해 내려놓고 헌신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저서 ‘고난을 넘다-쓴물 인생이 단물 인생으로’란 책을 보면 부교역자 시절 엿새 동안 굶기도 하면서 사역을 하셨다.
“아버지가 의사였는데 일찍 돌아가시고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학교 선생님이 교회 오면 과자를 준다고 하셔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교회를 나가게 됐고 목회자의 꿈까지 꾸게 됐다.
우리 집이 믿지 않는 가정이라 신학 공부하면서 집에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어 굶어도 집에 도움을 요청을 하지 않았다. 사택 제공이 되지 않는 교회 부교역자로 있을 때는 판잣집에서도 살았다. 지나고 보니까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추억이다. 엿새를 굶고 아이들에게 설교할 기회가 있었다. 설교 후 기도하려고 엎드려 있었더니 하나님 음성이 들렸다. ‘네가 다 갖춘 환경에서 자랐다면 저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었겠니’라고 하셨다. 내 고난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나의 간증으로 청소년들이 내 설교에 귀를 기울였다. 고난이 사역의 유익이 됐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한 영혼을 위해 인생을 보낸다는 것은 영광이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헌신하고 한 길을 걸어온 후배들을 존경한다. 선배로서 도와주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위로와 은혜가 있다. 외로워도 결국 지나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목회의 여정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 말해주고 끝까지 완주하기를 격려하고 싶다.”
-국민일보의 발전과 또 좋은 기사를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건전한 목회자를 많이 발굴하고 있고 좋은 목회 사례와 경향도 국민일보를 통해 알게 됐다. 예전엔 한국교회만의 리그였다면 이젠 하나님께서 키워주셔서 영향력도 있고 비크리스천에게도 저항이 없는 신문이 됐다. 그렇기에 더 큰 책임이 있다.
한국교회만 대변하는 신문에서 한층 더 성장해서 대사회적인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 이건 다른 일간지가 흉내 내지 못하는 영역이다. 또 어려운 교회의 울타리가 되고 방향도 제시해주면 좋겠다. 이번 로잔대회를 보고 연대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국민일보와 한국교회가 서로 연대하길 바라고 또 목회자들이 서로 동행하는 데도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