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나눔으로 추수감사를… 중고품·헌금 모아 낮은 곳으로

입력 2024-11-11 03:01
높은뜻광성교회 성도가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교회 앞에서 굿윌스토어 직원에게 후원품을 전달하고 있다. 굿윌스토어 제공

한국교회가 오는 17일 추수감사주일을 ‘이웃 사랑의 날’로 준비하고 있다. 소그룹 단위로 후원품을 모아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보듬거나 절기 헌금 전액을 소외계층과 나누는 사례 등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사의 감격을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바깥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사랑의 열매 이모작의 날

장충교회가 지난 4월 부활절을 즈음해 어려운 이웃과 나눈 '착한상자'. 장충교회 제공

한 순(소그룹)이 한 이웃을 섬긴다. 서울 장충교회(장재찬 목사) 성도들은 10일 주일예배를 마친 뒤 상자를 하나씩 챙겨갔다. 추수감사주일을 한 주 앞두고 이웃과 나눌 위생용품을 모으기 위해서다. 성도들은 일주일간 상자에 베개나 수건, 샤워타올 등을 채워 교회로 가져오는데 순별로 모은 후원품은 ‘착한상자’로 포장돼 중증환자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지역주민 70명에게 전달한다. 교회는 대략 10만원으로 지역주민 한 명에게 전달할 착한상자를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10명 안팎의 소그룹별로 후원품을 모으니 성도 한 명이 후원하는 금액은 1만원인 셈이다.

장재찬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님께서 명하신 이웃사랑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추수감사절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사랑의 열매를 한 번 더 맺는 날”이라고 전했다. 장 목사는 “이번 사역은 장충동주민센터와 연계해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부활절에도 지자체와 연계해 나눔 사역을 펼쳤다. 상자를 받는 이웃들의 부담은 덜면서도 ‘교회에 대한 좋은 인식이 생겼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이웃을 섬기는 사랑 쌀 나누기’ 캠페인으로 추수감사주일을 준비한다. 성도들은 쌀을 직접 후원하거나 후원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참여한다. 성도들이 십시일반 모은 쌀은 오는 24일 이주민 미혼모 북한이탈주민 장애인시설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중고품 나눔으로 장애인 자립 뒷받침

“추수감사절엔 장애인의날만큼 많은 후원품이 들어오고 있어요.” 굿윌스토어 마케팅 담당 조진석 팀장은 “교회 크기와 상관없이 추수감사절을 즈음해 중고품 기증에 참여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주기적으로 100여 교회가 기증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는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시민들에게 되파는 상점이다. 현재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 35개 매장을 두고 있다. 가게는 의류 도서 생활용품 가전 가구 전자기기 등을 시중가의 20~60% 값으로 판매한다. 수익금은 470명 장애인 직원의 급여가 되고 있다.

이번 추수감사절 나눔 행렬엔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등이 동참하고 있다. 교회들은 10일부터 24일까지 굿윌스토어 기증품 봉투를 수거한 뒤 상점에 전달할 계획이다. 조 팀장은 “내게 필요 없는 생활 물품으로도 거창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며 “교인들의 작은 기부는 장애인에게 일감을 주고 자립할 기회까지 주는 큰 자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나눌수록 불어나는 추수감사 헌금

곽승현(왼쪽)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가 플로잉데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모습. 거룩한빛광성교회 제공

추수감사절 헌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의 살림살이를 살피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2019년부터 추수감사절을 사랑을 흘려보내는 ‘플로잉 데이(Flowing Day)’로 지키고 있다. 교회는 절기 헌금을 재정에 환입하지 않고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다. 지난해 성도들이 모은 추수감사 헌금 1억2500만원은 자살예방센터와 보육원, 탈북·보호종료 청년, 미자립사역자에게 흘려보냈다. 지난달 20일 이른 추수감사예배를 드린 교회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추수감사 헌금 전액을 한부모 장애인 노숙인을 비롯해 생활고를 겪는 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교회는 추수감사절뿐 아니라 부활절 성탄절 등 모든 절기마다 플로잉 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부터 교회 추수감사 헌금 액수는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사회선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영구 안수집사는 “나눔을 통해 교인들이 헌금의 의미를 찾고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성 박윤서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