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3년 지나도록 준공 예배조차 못 드린 ‘울릉도선교100주년기념관’

입력 2024-11-11 03:05
예장통합 임원회가 지난 5일 경북 울릉군 울릉도선교100주년기념관을 방문해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울릉동광교회 제공

경북 울릉군 울릉도는 1909년 감리교 매서인(賣書人·전국을 돌며 성경을 보급하던 전도자) 김병두에 의해 복음의 첫 씨앗이 뿌려진 지역이다. 이듬해 호주 출신 매켄지(1865~1956) 선교사가 5차례 울릉도를 방문하면서 장로교가 뿌리내렸다. 현재는 37개 교회가 울릉도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울릉도 선교 100주년이었던 2009년에는 교계가 많은 기념행사를 열며 떠들썩했다. 울릉도선교100주년기념관도 그때 출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 총회가 기념관 건축을 결의한 것이다. 그런데 100주년이 15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기념관은 준공 예배조차 드리지 못하고 있다. 총대를 멘 울릉동광교회(임규찬 목사)에는 18억여원이라는 빚이 남았다.

임채영 울릉동광교회 장로는 지난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섬이지만 복음화율 25%가 넘는 울릉도의 자랑스러운 선교 역사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총회와 함께 건축을 시작했다”며 “총회 후원 18억5000만원과 본 교회 성도들의 헌금 13억원이 모였지만 50억원이라는 공사비에 많이 부족했다. 매월 이자만 780만원을 내고 있어 견디지 못한 많은 성도가 교회를 떠나간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울릉동광교회가 기념관을 건축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건축을 맡기로 했던 교회가 중도 포기한 뒤 2016년 울릉동광교회가 교회 예배당을 함께 짓는 조건으로 땅을 내놓고 건축을 시작했다. 코로나19 기간 공사비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울릉도 주민들의 생계수단이었던 오징어 잡이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교회 부담은 커져만 갔다. 2021년 힘겹게 완공된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전시관 외에 교회 예배당과 기도실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예장통합 임원회는 기념관 부채 해결을 위해 지난 5일 울릉도를 방문해 현장을 답사하고 울릉도 교회들을 위로했다. 김영걸 총회장은 “건축 결의 당시에는 모두 관심이 있었지만 울릉도가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다른 현안에 밀려 해결이 늦어졌다”면서 “이제라도 기념관 문제 해결을 1순위로 놓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임 장로는 “준공 예배는 드리지 못했지만 현재 전시관은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개방 중이며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룸도 마련돼 있다”면서 “많은 교회가 관심을 갖고 울릉도에 와 주시고 또 기념관이 하루빨리 정상화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