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압수된 금품을 빼돌리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압수물 보관실의 시설 및 장비를 개선해 보안을 강화하고, 점검 체계도 보완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통합증거물 관리 현황 전수조사 진행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최근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과 강남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경찰관 등이 현금 등 압수물 수억원 어치를 빼돌리다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전수조사 결과 추가적인 압수물 횡령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전체 압수물 8만3850건 중 3만2300건(38.5%)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재되기까지 7일 이상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사용된 상품권 1400여매를 보관하다 분실하거나, 압수한 현금과 기재된 금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경찰서는 현금 계수기가 없어 일선 경찰관이 일일이 손으로 압수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반복적으로 압수물 등재를 지연한 대상자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압수물을 잃어버렸거나 기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대상자는 감찰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압수물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규모가 큰 압수 현금은 전용계좌에 보관할 방침이다. 최근 발생한 두 건의 범행이 현금을 그대로 보관하던 중 발생한 점을 반영한 대책이다. 금품 등 주요 압수물은 내부가 보이는 투명 봉투 또는 플라스틱 박스에 보관하되 제거 시 흔적이 남는 봉인 스티커를 부착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압수된 현금을 정확히 셀 수 있게 계수기도 전국 경찰서에 보급한다. KICS에 압수부가 자동 등재되는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압수부 등재가 지연될수록 관리 부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압수물품 보관실에 대한 보안도 강화된다. 보관실 출입은 지문인식 방식으로 변경하고 출입 이력을 전산 관리한다. 현재 전국 경찰서 중 3곳에서만 지문인식 방식으로 보관실에 출입할 수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비밀번호 입력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경찰은 통합증거물 관리 부실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냐는 질책도 있지만, 소를 놓쳤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개선 대책을 실시하면 압수물 횡령 사건을 99.9%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