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스크린… 계단 리프트… 의무실… 어르신 위한 교회의 변신

입력 2024-11-08 03:01
많은 교회들이 ‘시니어 친화형’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 고령의 성도가 경기도 수원의 교회 계단에 설치된 계단 리프트를 이용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서울 덕수교회(김만준 목사)는 최근 본당에 고령 성도를 위한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본당에 큰 글자 성경책을 비치하고 있었지만 시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배려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의 동산벧엘교회(정일엽 목사)는 지난해 말 교회에 계단 리프트를 설치했다. 고령 교인 비율이 전체 성도의 절반 가까이 됐지만 상가건물 내 엘리베이터(승강기)가 없던 터라 협의를 거쳐 리프트 설치를 결정했다.

이처럼 노년 세대 신앙 공동체를 배려하는 교회들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령 성도가 교회 문턱을 밟는 순간부터 예배를 드리거나 교제를 나누고 각종 프로그램 참여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 격인 교회 내 각종 시설 및 공간을 ‘고령 친화형’ 교회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꼽은 내년도 ‘한국교회 10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시니어 미니스트리(고령 성도 사역)’가 포함됐다.

유모차를 끄는 한 성도가 서울 중구 남대문교회 본당 외벽에 설치된 승강기로 이동하고 있다. 남대문교회 제공

단독 건물을 보유한 오래된 도심 교회들은 승강기를 두는 분위기다. 서울 남대문교회는 지난해 승강기 공사를 마쳤다. 이 교회 왕보현 장로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높은 언덕에 있어 본당에 가려면 긴 회전 계단을 오른 뒤 또다시 별도의 계단을 이용해야 했는데 승강기 설치 이후 이런 불편함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는 고령 성도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10여년에 걸쳐 건물 외벽에 승강기 3대를 설치해 왔다. 130년 역사를 지닌 연동교회(김주용 목사)도 승강기를 두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연동교회 권사들이 교회에 설치된 승강기에서 내리는 모습. 연동교회 제공

이동 편의성뿐 아니라 고령 성도의 예배 편의성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일교회(정규재 목사)는 시력이 약한 고령 성도들을 위해 설교 PPT를 준비할 때 글자가 전체 스크린을 채울 만큼 글씨를 키운다. 본당에는 주보와 공용 성경뿐 아니라 큰 글자 성경과 돋보기가 비치돼 있다.

이밖에 인천 수정교회(이성준 목사)는 2020년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5층에 시니어 쉼터 공간을 마련했다. 총 400석 규모의 공간에서 소그룹을 진행하거나 교제도 나눌 수 있다. 경기도 부천 순복음새소망교회(방지원 목사)의 경우, 교회 2층에 시니어를 위한 휴게시설을 두고 있다.

서울 덕수교회의 경우 주일마다 의사가 상주하는 ‘시니어 의무실’을 운영한다. 이곳에선 혈압 측정부터 간단한 치료와 처방도 하고 있다. 교회 사회봉사위원회를 담당하는 이산하 목사는 “어르신들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하실 때도 있어 의무실에 의료진과 침대 등도 비치해 편의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장창일 김수연 박윤서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