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7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의 수출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승철(사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9월 국제수지 잠정치’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관세, 보호무역 강화 등의 공약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통상이나 수출 여건에 부정적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종과 품목별로 기회이거나 위기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 분석으로는 부정 의견이 우세하다고 판단한다. 신 국장은 “올해 경상수지는 연간 전망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도 경상수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영향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선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가격 경쟁력에서 품질 경쟁력으로 많이 전환된 만큼 환율이 높아져도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것은 크지 않다”며 “다만 한국은 원유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여서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9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 달러(약 15조58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9월 기준 역대 3위 기록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다섯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9월 반도체 수출은 통관 기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7% 증가했다. 정보통신기기(30.4%) 승용차(6.4%)는 늘었고, 석유제품(-17.6%) 화학공업제품(-8.4%) 등은 뒷걸음쳤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646억40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67억5000만 달러)보다 478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상품수지(106억7000만 달러)가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