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그동안 보여주신 강력한 리더십 아래 한·미 동맹과 미국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이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또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맹 관계마저 거래로 여기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한·미 관계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마주하게 됐다.
한·미 동맹의 첫 번째 변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이 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미 대선을 앞두고 협상을 서둘러 2026∼2030년 적용되는 제12차 SMA에 지난달 합의했다. 2026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하고, 이후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협상 타결 이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인출기)이라 부르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실제로 미국에선 방위비 협정이 행정 명령으로 간주돼 대통령 결단에 따라 일방적 파기도 가능하다. 트럼프가 방위비 문제를 주한미군 철수·감축 이슈와 연계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 업적 지우기에 나설 경우 ‘워싱턴 선언’ ‘캠프데이비드 선언’으로 대표되는 한·미 동맹 및 한·미·일 3각 공조 조치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가 신설하기로 한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의 실질적 운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핵을 가진 사람과 가까운 게 좋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이미 북핵 비핵화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한국을 ‘패싱’한 채 북한과 핵 군축론 담판을 지으려 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여지마저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미국의 핵 군축론에 대비한 자체 전술핵 무장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거래적 관점에서 방위비 분담금이나 미국에 대한 기여의 형태로 동맹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도록 워싱턴 신(新)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태세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동맹을 더욱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바꿔 안보·경제·첨단기술 협력을 고도화하고, 우리 청년과 기업인의 기회의 운동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택현 이경원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