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진 ‘트럼프노믹스’… 한국 경제 불확실성 소용돌이

입력 2024-11-07 00:27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다시 대권을 거머쥐며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재차 휩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노믹스 2기의 대표 정책인 ‘보편 관세’와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고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무역 전쟁이 다시 불붙으면 한국의 수출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에 따른 국내 수출 감소 폭은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실질 경제성장률(GDP) 하락 폭은 최대 0.67%에 이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2기’의 고율 관세 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트럼프노믹스 2기의 첫 신호탄은 전방위적 ‘관세 인상’이 될 전망이다. 그는 재집권 시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다른 국가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도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은 “대중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도 6%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 관세에 따른 중국의 보복 관세도 관건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미 관세 부과 시 중국 정부도 미국산 제품 관세 인상 등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미 관세 여파는 동맹 관계인 EU·캐나다는 물론 한국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한 대미 수출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보편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한국산 수요 증가 및 제3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도 보편 관세 대상에 포함되고 글로벌 관세 분쟁이 본격화한다면 국내 총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 실질 GDP는 약 0.67%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인 ‘자국 우선주의’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다. 한국은 ‘트럼프 1기’ 시절 한미 FTA 재협상 압박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대미 무역수지를 빌미로 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에 통상 압력을 가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87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규모다. 대미 무역 흑자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의 순으로 한국은 8위에 해당하지만,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주도권 확보 과정에서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선거 내내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자판기)라고 표현하는 등 압박 기조를 이어왔다”며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진용에 맞춰 대미 수출·통상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