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여론조사 업체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빙이라는 조사 결과를 잇달아 내놨었다.
지난달 중순 이후 트럼프에게 열세를 보이던 해리스가 선거 막판에 뒷심을 보이며 거세게 추격해서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해리스의 당선 확률이 트럼프보다 근소하게 높다는 결과도 나옴에 따라 승패가 선거 당일에 판가름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개표 직후부터 줄곧 우위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그간의 여론조사가 부정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한 바 있다. ‘샤이 트럼프’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망신을 당했던 업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히든 해리스’(해리스를 지지하는 백인 여성)에 주목했다가 또다시 헛다리를 짚은 모양새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파이브서티에이트와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모닝컨설트, 에머슨대, 유고브 등 미국의 주요 여론조사 업체들은 선거 직전 발표한 핵심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박빙 또는 해리스의 근소한 우위를 예상했다. 최대 승부처였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해리스가 적게는 0.2% 포인트, 많게는 2% 포인트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NYT-시에나대와 모닝컨설트는 동률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트럼프가 약 2.8% 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다.
또 여론조사 업체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트럼프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아주 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0.9% 포인트, 에머슨대는 1% 포인트, 모닝컨설트는 2% 포인트 우위를 추정했지만 실제 격차는 약 3.4% 포인트였다.
아이오와주에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업체로 꼽히던 셀저앤컴퍼니는 공화당 텃밭 아이오와주에서 해리스 우세를 주장했다가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셀저앤컴퍼니는 지역매체 디모인레지스터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무당파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이를 근거로 ‘히든 해리스’ 현상이 미국 전역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한때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셀저앤컴퍼니 대표 앤 셀저는 디모인레지스터에 “여론조사 결과는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며 “데이터를 검토해 원인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