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모(24)씨는 집에서 졸업 관련 증명서를 떼는 걸 깜빡하고 급하게 인쇄할 곳을 찾던 도중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무인 프린트점을 발견했다. 그는 “역사 내 무인 과자점은 이용해봤지만 프린트숍은 처음”이라며 “급한 일이 있을 때 이용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 직원이 없는 ‘무인(無人)매장’이 골목상권뿐 아니라 지하철 역사로도 본격 진입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서울 지하철역 내 들어설 무인 프린트 전문점 입찰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대상 지하철 역사는 4호선 상계역·신용산역, 6호선 상수역 등이다. 공사는 2022년 신당역 등 6개 역사에 무인 프린트 전문점을 일괄 유치했다.
6일 공사에 따르면 역사 내 무인점포는 2022년 15곳에서 현재 27곳으로 늘었고 지하철 상가 공실률은 2022년 9.4%, 2023년 6.9%, 올해 9월 6.7%으로 하락했다. 현재 역사 내 무인 밀키트점이 봉천역과 구산역 등 11곳에서, 반려동물용품점이 명일역, 마들역 등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무인 업종은 점점 다양해질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무인 과일가게, 무인 세탁기 등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한 매장도 준비 중”이라며 “대규모 공간을 무인 스포츠센터, 팝업스토어로 활용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길거리에서는 카페나 문구점 등 무인 매장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무인 매장은 약 6323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고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지난해 말 무인 매장 이용 금액은 391%, 신규 가맹점 수는 381% 증가했다.
역사 내 무인점포 증가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치안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원 이하 소액절도는 2만3967건으로 3년 동안 약 2배, 1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절도는 5만6574건으로 41.2% 증가했다. 소액 범죄 증가가 무인 매장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끌고 가야 하는 리스크인건 맞지만 안전과 편리성을 확보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지하철은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무인 매장에서의 절도나 취객 행패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