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북한군, 우크라와 첫 전투서 상당수 사망”

입력 2024-11-07 01:03
합동참모본부가 6일 서해지역에서 실시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가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미국 고위급 당국자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에서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과 북한군의 교전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만 한·미 정부는 아직 북한군의 교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전투가) 언제 일어났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처음으로 충돌했다”며 “상당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에 교전한 북한군이 러시아군 제810 해군보병여단과 공동으로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은 쿠르스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부대와 전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격전지인 쿠르스크 일대에 최대 1만5000명의 북한군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NYT에 북한군과의 교전이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그 목적은 전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에 교전한 북한군 외의 나머지 병력도 대부분 조만간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공격부대와 지원부대 두 개로 나뉘어 있다”며 “지원부대는 우크라이나군에게서 탈환한 지역의 방어선 구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5일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과 자국군 간 교전 사실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세계와 함께 러시아의 전쟁 확장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시도가 실패하도록, 푸틴과 북한 모두가 패배하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교전 사실은 그동안 친우크라이나 매체와 비영리단체(NGO)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자국군과 북한군 사이의 교전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우리 군은 6일 서해지역에서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소속 천궁-Ⅱ와 패트리엇 부대가 참가하는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훈련에 대해 “적의 미사일 도발을 가정해 우리 군의 천궁-Ⅱ와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탄으로 가상의 표적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 대선이 임박한 지난 5일 황해도 사리원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 발을 발사한 바 있다. 군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600㎜ 초대형 방사포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통상 미사일 발사 다음 날 시험발사 사실과 제원 등을 보도해 왔지만 이날은 관련 보도를 싣지 않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