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올해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내년도 국세 수입 목표를 44조7000억원 늘려 잡았다. 문제는 이를 위해 서민·중산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들이 자사 직원에 상품을 할인해 팔 때 시가의 20% 또는 연 24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연말정산 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는 월급쟁이들로부터 손쉽게 세금을 거두려는 과세 편의주의 발상이자 국가적 횡포로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된다.
또한, 법인세 등의 세수 확보가 내년에도 불확실할 것으로 예측하고 경상이전수지를 1조6000억원 늘리는 억지 춘향식 대책도 동원할 예정이다. 경상이전수지에는 경찰의 교통위반 과태료 등이 포함되는 데 국민들을 상대로 생활범죄 처벌을 늘려서라도 곳간을 채우고야 말겠다는 뜻이다. 일종의 ‘예정된 처벌’을 미리 책정한 것으로 미래 위법행위가 증가할 것을 예측하는 신통력이라도 체득했다는 뜻인가. 국민들이 법을 준수해 위반 행위가 줄어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애초 정부가 첫 단추를 그렇게 끼웠기에 이런 무리수라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지난 7월 말 올해 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연 8400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세금 경감액(1664억)보다 중산·서민층의 경감액(6282억원)이 더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상속·증여세 개정을 통한 감세 효과를 ‘기타’로 분류해 세수 추계에 반영하지 않은 결과로 감세 효과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처럼 상속·증여세 감세와 같은 부자 혜택은 그대로 두고 억지로 서민층 부담을 늘리려는 정책은 앞뒤가 뒤바뀐 것으로 조세저항에 부닥칠 게 자명하다. 그동안 남발한 각종 부유층 감세 대책과 지방자치단체의 포퓰리즘 예산부터 먼저 점검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