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예배하는 자 되어 온전히 영과 진리로 주를 예배하자. 주가 우리와 함께 영원히 함께하시고 마르지 않는 샘물로 우릴 채우시리라.”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베스트처치 예배당에는 한국어 찬양이 가득 울려 퍼졌다. 한국 찬양사역팀인 위러브(대표 박은총)의 곡 ‘입례’다. 위러브의 찬양에 호응한 청중 대부분은 놀랍게도 현지인이었다. 그들은 비행기로도 7시간 넘게 걸리는 먼 나라의 찬양을 원어 그대로 따라 불렀다.
이창희 위러브 공동대표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불러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인도네시아 청중들이 한국어 가사를 정확하게 불러서 맴버들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위러브의 곡 ‘입례’와 ‘시간을 뚫고’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남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현지인이 이 곡들을 연주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POP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한국 CCM도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위러브 외에도 다양한 예배팀과 찬양 사역자들의 곡이 몽골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예배곡으로 채택되며 세계인의 찬양으로 불려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확산
한국 CCM의 영향력 확대는 먼저 국내 예배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CCM과 기독교 문화를 다루는 팟캐스트 및 유튜브 채널 ‘CCM공방’ 진행자 김영범 PD는 “10~20년 전만 해도 국내 워십에서 불리는 곡 대부분이 해외에서 온 번안곡들이었다”며 “언어의 장벽 때문에 당장 해외에서 KPOP처럼 KCCM을 소비하긴 어렵지만 한국교회부터 한국인이 만든 곡을 가장 많이 부르는 시대가 온 건 맞다”고 말했다. CCM 듀오 ‘소망의 바다’ 민호기 목사도 “해외 유명 워십팀의 곡이 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는 시대가 왔다”며 국내에서도 예배 곡의 자립도가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KCCM의 확산을 주도하는 건 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다. 위러브와 제이어스 같은 팀은 신곡을 발표할 때 유튜브 채널에 영어 자막을 추가해 해외 청중과 소통을 시도한다. 김 PD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 덕에 KCCM 아티스트들이 더 넓은 청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영상을 다루는 팀일수록 확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공동대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위러브의 곡들이 브라질 청중에게 전달됐다”며 “자연스럽게 브라질 청년 예배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현지의 유명 찬양팀 두나미스와도 교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게벳의 노래’를 지은 히즈킹덤뮤직의 염평안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신곡이 발표되면 영어 자막을 넣어 외국 청중들이 가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KCCM의 정서와 복음 메시지가 외국 청중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퍼지는 KCCM
위러브의 사례처럼 한국어 원어로 불리는 KCCM도 있지만 현지 언어로 번안된 곡은 확산을 가속한다. 전 세계를 돌며 집회와 작곡 작업을 펼치는 찬양사역자 ‘일천번제’ 정성원 목사는 남미권에서 많이 불리는 곡으로 ‘축복송’(작곡 송정미)을 꼽았다. 정 목사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번안해 부르기 시작한 한국 CCM이 현지인들에게 널리 불리고 있다”며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권과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권 등 교회 성장세보다 기독교 콘텐츠가 부족한 나라들에서 KCCM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의 곡 중 ‘해피해피 크리스마스’와 ‘십계명송’은 최근 스페인어로 번안돼 파라과이에서 어린이 예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 목사는 “현지 언어에 능통한 선교사님들이 발음과 의미를 고려해 신중하게 번역해주신 덕분”이라며 “KCCM이 해외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인 선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호기 목사가 작곡한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도 현재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안돼 불리고 있다. 2008년 발매한 ‘십자가의 전달자’는 몽골의 공식 찬송가로 채택됐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는 중국 우한 지역 교회들이 이 곡을 배경으로 기도를 요청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민 목사는 “동양적인 가락 덕에 주로 아시아권에서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하나님께서 뜻밖의 방법으로 곡을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감격했다”고 전했다.
다만 KCCM이 여러 나라에서 불려도 저작권 개념이 약한 국가에서는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민 목사는 “몽골의 찬송가 수록 당시 저작권을 포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선교를 위한 일이기에 받아들였지만 장기적으로 저작권 체계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교두보 ‘케이가스펠 프로젝트’
전문가들은 KCCM의 세계화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염 대표는 “BTS 열풍 이후 한국 CCM까지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북미 교민들로부터 곡 번역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이희수 선교사는 “브라질에서 K-POP의 인기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CCM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 목사도 “10여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마치 사고처럼 히트했듯이 KCCM도 어떤 방식으로 외국에 알려지고 사랑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많이 불리는 CCM ‘웨이메이커(Way Maker)’도 북미나 유럽이 아닌 나이지리아 곡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실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웨이메이커는 나이지리아 CCM 싱어송라이터인 시나크가 작곡한 곡으로 그는 작곡 당시 마지막 분단 국가인 한국을 생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재미교포 출신 찬양사역자 김브라이언 선교사는 KCCM의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꼽힌다. 텍사스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는 한국 CCM을 영어로 번역해 왔다. 최근 발매한 케이가스펠 투 더 월드(K-Gospel to the World) 앨범에는 ‘주가 일하시네’ ‘사명’ ‘모든 상황 속에서’ ‘요게벳의 노래’ 등 10곡의 KCCM 영어 번안곡이 담겼다. 김 선교사는 “요게벳의 노래는 스토리텔링과 상징성이 강한 만큼 ‘갈대상자’ ‘역청’ 같은 단어의 번역이 까다로웠다”면서도 “한국어의 정서를 살려 번역한 덕분인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K-POP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K-FOOD, 한복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KCCM도 그 흐름을 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쁘게 번안 작업을 진행했다”며 “케이가스펠 프로젝트가 KCCM의 진정성과 깊이를 전 세계 예배 현장에 전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