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성령의 다양한 모습을 추적하다

입력 2024-11-08 03:05

성서를 읽다 보면 구약에서의 ‘하나님의 영’과 신약에서의 ‘성령’은 과연 어느 정도의 연속성을 가진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구약에서 이 존재는 왕 선지자 제사장 또는 특별한 사명을 지닌 몇몇 인물에게 특정한 기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신약에 와서는 비교적 보편적이면서도 항구적인 성격을 보입니다. 이 신성을 가진 영적 존재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는 교회의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여러 관점과 접근법이 있을 것입니다. 신성한 영적 존재 개념에 대한 형성사적 측면에서 그 발달 과정을 과거부터 차근차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신약성서 각 권의 저자가 인식한 영적 존재를 구약성서나 제2성전기 시대의 고대 문헌과 결부해 의미 있는 연결점을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구약에서 발견되는 영적 존재의 공통된 성격에 주안점을 두고 완전한 일관성을 주장하거나 차이점을 토대로 철저하게 구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책은 다소 보수적인 성전 신학이라는 줄기를 토대로 구약성서와 요한복음(신약)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갑니다. 신약 안에서도 저자마다 성령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채로운데 요한복음으로 범위를 좁힌 건 저자 스스로 연구의 한계를 설정한 듯합니다. 요한 문서가 신약성서 가운데 교리상으로 고도화된 후기 문서에 속하면서도 저자의 접근 방법을 가장 수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책이라 택한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저자는 구약성서의 종말론적 예언과 요한복음의 ‘신의 임재 장소’ 개념으로 구약과 신약의 ‘하나님의 영(성령)’을 분석합니다. 역사의 진행에 따라 성막과 성전, 예수와 각 신자에게 거하는 하나님의 영을 따라가며 논지를 전개합니다. 이 가운데 독자는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성령)의 연결성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성전 신학에 관심을 두며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동기와 아이디어를 얻을 것입니다.

부록에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성령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이 논의가 요한복음 내에서만 다뤄지는 게 다소 아쉬웠을 것입니다. 특히 ‘성령세례와 성령 충만’에 관한 오해(기적이나 방언)와 이를 묘사하는 사도행전에 대한 오독이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성령 사역에 대한 이해를 전하는 책은 신자의 구원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합니다. 목회자와 신학생, 성령과 구원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성도에게도 책을 추천합니다.

김중헌 교사(경남 거제애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