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내부 “대전협 불통”… 일각선 “복귀” 언급도

입력 2024-11-06 01:21
서울 한 대형병원 모습. 연합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9개월 가까이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자, 별도 해법을 찾으려는 사직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합류해 목소리를 내거나 복귀 의사를 타진하는 등 직접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가 많아지면 의·정 갈등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전협은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까지 13인으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에서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등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직 전공의는 5일 “누가 참여하고, 어떤 내용으로 논의하는지 다른 전공의들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전공의들도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마땅한 통로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복귀를 언급하는 사직 전공의도 늘어나고 있다. 한 병원 전공의 대표는 “수능이 끝나면 ‘의대 증원 백지화’만으로는 투쟁 동력을 잃게 될 것 같은데, 대전협 차원에서 별다른 공지가 없다 보니 내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서도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전공의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도 한 종합병원 전공의 11명이 대전협에 복귀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대표 단체대화방에 이를 공유하며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의협을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앞서 한 사직 전공의는 의협 신임 정책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이 ‘왜 지금 의협에 힘을 실어주느냐’는 취지로 주변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자진 사퇴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사태 해결 노력은 하지 않고 시간만 흐르는데, 박 위원장은 SNS에 별 의미가 없는 정치적 메시지만 남기고 있다”며 “전공의 사이에서 ‘대전협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전협을 대체할 사직 전공의 모임을 꾸리거나, 병원 단위로 의견을 수렴해 행동에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전공의는 “실제로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대전협을 건너뛰기보다는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10일 의협 총회에서 임 회장 탄핵 여부가 결정되면 전공의들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임 회장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의견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료계와 함께하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총회 이후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위원장이 의협 새 지도부와도 각을 세우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실망한 사직 전공의들이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정헌 김유나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