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감사를 마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몽규(사진) 회장에 대해 최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다만 직접적 징계 권한이 없는 문체부의 이번 요구가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협회 노동조합 등 내부 반발이 거센 터라 정 회장의 4연임 도전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비롯해 협회 운영 전반을 살펴본 문체부는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정 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 임원에게는 협회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전·현직 대표팀 감독의 선임 절차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했다. 선임을 주도하는 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사령탑이 선발됐다는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는 정 회장이 임의로 2차 면접을 진행했고, 권한이 없는 이임생 이사가 관여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도 전반적으로 불공정·불투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체부는 협회가 다시 감독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재선임하는 방안을 마련해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예선이 진행 중이어서 협회가 새 사령탑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거나 변경, 취소하는 건 협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규정상 2개월 내 조치해야 하나 당장 어려울 경우 조치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전했다.
임원진 징계 요구도 강제성은 없다. 사실상 징계 권한을 가진 협회 공정위의 자정 의지에 달려 있다. 최 감사관은 “협회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면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는 보조금 제한 등 예산 삭감, 이행 감사 등이 거론됐다.
그간 정 회장은 스스로 ‘4선 도전’을 언급한 적 없다고 강조했으나,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출 등의 행보를 보면 연임 의지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협회 노조가 정 회장에 대한 비판 성명과 함께 불출마·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어 문체부의 이번 중징계 요구가 연임 도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밖에도 문체부는 협회의 비상근 임원 보수 부적정 지급, 상위 규정에 맞지 않는 사면 규정 운영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