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년까지 만 70세 이상의 생계형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1200대가량 보급한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이처럼 대규모로 보급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은 5일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생계형 고령 운전자 안전운전 지원을 위한 유관기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운전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만 70세 이상 운전자 차량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첨단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30만원)를 올해 약 250대, 내년에 1000대를 보급한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 비율이 높고 사고가 많은 군 단위 지역 5곳을 선정해 대상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업 예산 4억원을 지원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사업 참여 대상자 모집과 효과 분석을 맡게 됐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조작해 차량을 급가속하는 경우 제동을 걸어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시속 15㎞ 이내 저속 주행 상황에서 가속페달이 오작동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도로별로 정해진 제한속도 이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게 제어한다. 4000rpm(분당 회전수)을 넘기는 급가속도 막아준다.
지난 7월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를 비롯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 6월까지 자사 보험 가입 차량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는 전체의 25.7%에 달했다. 경찰은 방지장치 설치가 보편화되면 이런 사고 대부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해당 장치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모든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법률 제정 및 보조금 지원 등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