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길막? 우린 죽으란 건가” 북촌 한옥마을 상인들 반발

입력 2024-11-06 00:02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3일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종로구는 지난 1일부터 북촌 주민의 정주권 보호를 위해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입구. 종로구청 직원과 자율방범대원 등이 팻말을 들고 입구를 막은 채 서 있었다. 팻말에는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10시까지 관광객은 출입이 금지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한 관광객이 입구로 들어가려 하자 “어디 가시느냐”고 물은 뒤 “거주민이 아니면 돌아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때 한 남성이 이들에게 큰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40)씨였다. 그는 “오후 5시 이후로 손님이 없어 이상하다는 생각에 나와 보니 통행을 막고 있다”며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죽으란 거냐”며 구청 직원 등과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1일부터 북촌한옥마을 내 일부 지역에 한해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북촌 주민들의 정주권 보호를 위해서다. 통행이 제한되는 곳은 관광객들이 몰려 소음과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민원이 일었던 지역이었다.

종로구는 내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그 이후부터는 밤사이 통행금지 제도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2026년 1월부터는 전세버스(관광버스) 통행 제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옥마을 상인들은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고, 영업손실은 물론 지역 상권이 타격을 입게 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씨는 “3일 전 통행제한 안내 팸플릿이 매장 앞에 끼워져 있었을 뿐, 구청 등에서 상인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저녁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는 손님을 다 잃게 됐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7)씨는 “관련 입법 예고가 나왔을 때 해당 조치는 관광객들의 이동권과 상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구청에 제출했다”며 “군사정권 시기 통행금지가 부활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이날 골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르비아에서 온 관광객 바일레리아(26)씨는 “곧 출국이라 저녁 한옥마을 관광을 계획했는데, 불가능해졌다”며 “일부 무질서한 관광객들 때문에 모든 이가 출입을 못하는 건 과도한 조치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 대학생 사카구치(24)씨 역시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왔는데 돌아가라고 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종로구청은 상인들의 반발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5일 “추후 상인들을 직접 찾아뵙고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며 “상점 이용객의 경우 해당 상점에만 들른다는 조건을 걸어 출입제한 시간에도 통행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