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이냐 혼돈이냐… 기로에 선 美

입력 2024-11-06 00:13
미국 뉴햄프셔주 북부 산간마을 딕스빌노치의 투표소에서 5일 새벽(현지시간) 한 유권자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딕스빌노치는 1960년부터 미국 대선의 첫 테이프를 끊어온 곳이다. 이날 투표에는 주민 6명이 참여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3표를 얻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 투표가 5일 0시(현지시간) 시작됐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양극화되고 박빙인 선거전이 진행된 가운데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 개표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는 뉴햄프셔주 북부 산간마을 딕스빌노치 등에서 5일 0시에 가장 먼저 시작됐다. 딕스빌노치에서는 유권자 6명이 투표했는데 개표 결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3표를 얻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뉴햄프셔의 주민 100명 미만 지자체는 결과를 곧바로 공개한다. 딕스빌노치 유권자들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에는 3대 3 동률이 나온 것이다.

주별로 오전 5~8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7~9시에 종료된다. 한국시간으로는 6일 오후 3시 알래스카주를 끝으로 투표가 마무리된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4일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에서 ‘최후의 호소’를 마치고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렸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한 해리스는 “이번 선거는 역사상 가장 접전이 예상되는 선거 중 하나다. 한 표, 한 표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을 시작으로 앨런타운과 레딩, 피츠버그, 필라델피아까지 누비는 강행군을 펼쳤다.

트럼프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를 마쳤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이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트럼프는 앞서 펜실베이니아 레딩 유세에선 “내일 당신은 일어나서 카멀라에게 충분히 참았다고 말해야 한다. ‘카멀라, 여기서 나가. 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해야 한다”고 외쳤다.

투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선거 당일 당선자가 가려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편투표를 한 유권자가 많아 개표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7대 경합주의 초박빙 경쟁 탓에 승자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확정 때까지 걸린 4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경합주 개표 결과가 어느 한쪽 후보로 쏠리면서 예상보다 빨리 승자가 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표 이후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선거 불신은 예전보다 커졌고 조직화됐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엑스에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개표 완료 전에 승리 선언을 하거나 개표 결과 패배하는 것으로 나올 경우 다시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21세기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정치적 폭력, 암살 시도, 반대파에 대한 보복 맹세 등으로 불안한 선거일에 돌입했다”며 “그 어느 선거보다 어두운 선거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