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볼륨·밝기도 자동 조절… IPTV, AI 셋톱박스로 돌파구 모색

입력 2024-11-06 02:24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전무)이 5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열린 ‘지니 TV 셋톱박스 4’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인터넷(IP)TV 업계가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셋톱박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에 밀려 IPTV 시장이 역성장 기로에 선 가운데 AI로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다.

KT는 5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인 ‘지니 TV 셋톱박스 4’를 공개했다. 여기엔 IPTV 최초로 8K(3300만 화소) UHD 칩셋이 탑재됐다. 이 칩셋은 전작 대비 성능이 50% 향상된 중앙처리장치(CPU)와 AI 전용 프로세서(NPU·신경망처리장치)를 장착해 AI 기능을 구현한다.

지니TV 셋톱박스 4는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화질·화면·밝기·음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주위가 밝으면 TV 화면을 밝게 하고 어두워지면 화면도 어둡게 조절한다. 설거지나 청소 등 소음이 발생하면 TV 볼륨을 키워준다. 목소리 강조 기능으로 대사를 선명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실시간 방송, OTT, 유튜브 등의 저화질 콘텐츠를 초고화질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인물이나 장면만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도 추가됐다.

조도 센서를 셋톱박스에 처음으로 탑재해 재실 감지 기능도 제공한다. 고객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학습해 자주 사용하는 시간대에 TV 앞에 사람이 오면 자동으로 TV를 켜주는 식이다.

이로써 국내 IPTV 3사 모두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보유하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자체 생성형 AI 비서 ‘에이닷’을 B tv에 적용한 ‘B tv 에이닷 서비스’와 NPU 칩을 탑재한 AI 셋톱박스인 ‘AI 4 비전’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7월 사운드바와 AI 셋톱박스를 결합한 새로운 버전의 ‘사운드바 블랙’을 출시했다.

IPTV 3사의 AI 셋톱박스 출시는 녹록지 않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IPTV는 2017년 처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통신 3사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OTT 성장세가 발목을 잡으며 매출 성장세는 크게 둔화했다.


3년 전만 해도 4%를 웃돌던 가입자 증가율은 지난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코드커팅(유선 해지)’이 현실화한 것이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셋톱박스에 새 기능을 계속 넣어 이용 시간을 유지하면서 이용자에 노출되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