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일평생 학생으로 살아야 한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이 그의 책 ‘기독교강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목회자가 진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생 학문과 독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가 제2의 기도인 셈이다.
기도와 독서를 병행하는 목회자들의 독서공동체 나눔책방(이사장 김진홍 목사)이 설립 10년을 맞았다. 나눔책방은 감리교 목회자와 전도사 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동안 총 1828종, 9168권의 책을 목회자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인 독서 지원을 제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병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은 5일 “독서는 목회자들에게 다른 이의 사고를 접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갖게 해준다”며 “책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데 최고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접하는 지식은 금방 휘발되지만 깊이 있는 독서는 설교와 목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지혜로 남는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10년째 나눔책방을 후원하고 있다.
나눔책방 운영 방식은 단순하다. 감리교 각 연회의 ‘책방지기’가 매달 1일 도서 리스트를 공유하면 회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도서를 신청해 받아볼 수 있다. 책 나눔에 필요한 재정은 44명의 후원자와 평신도 기관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현재 기감 11개 연회에서 234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1년에 한 번씩 50~100명이 모이는 행사도 열었다.
나눔책방 설립자 최효석 서울 무지개언약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으면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며 “은퇴하는 목회자들의 도서를 후배 목회자들에게 대물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감리교회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 허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목회자들은 어떤 책을 즐겨 찾았을까. 서울연회 책방지기로 9년간 활동해 온 김정만 효창감리교회 목사는 “분야로는 설교학, 저자로는 팀 켈러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목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팀 켈러의 책은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목회자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읽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남연회의 경우 11월 도서로 ‘세계의 교사’(안드리아 자피라쿠) ‘교회는 관계시스템이다’(로널드 리처드슨) ‘복수의 하나님’(에리히 쳉어) 등을 선정했다.
나눔책방 이사장 김진홍 목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교회에서 열린 10주년 축하 행사에서 “복음이 문화와 결합할 때 그 힘은 커진다”며 “나눔책방은 목회자들에게 사회적 이슈와 신앙적 사명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도서를 제공해 왔다”고 평가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