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된다

입력 2024-11-06 03:00
한국은 장을 담글 때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중국, 일본과는 제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은 장 가르기(메줏덩어리에 항아리 속 장물을 부으면서 잘게 부수기)를 하는 장면. 국가유산청 제공

콩을 발효해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드는 우리의 독특한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 신청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평가기구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유산을 심사한 뒤 그 결과를 ‘등재’, ‘정보 보완’(등재 보류), ‘등재 불가’ 등으로 구분한다. 평가기구는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그간의 사례를 봤을 때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이변이 없는 한 내달 2∼7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기구 측은 한국의 장 문화에 대해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음식 문화의 핵심”이라며 “집마다 (맛이나 방식이) 다르며 각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국시대부터 즐겨 먹었다고 알려진 장은 한국 음식의 맛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장을 담글 때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중국, 일본과는 제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동시에 만들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여겨진다.

현재 한국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2022)까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총 22건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최종 등재되면 총 23개 종목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은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을 많이 보유한 국가로 분류돼 2년에 한 번씩 등재 심사를 받고 있다. 2026년에는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의 ‘조선옷차림풍습’도 등재를 권고받았다. 이번에 등재되면 북한은 ‘아리랑’(2014), ‘김치담그기’(2015), ‘씨름’(2018·남북공동등재), ‘평양냉면’(2022)에 이어 총 5개 종목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