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친윤, 달라진 기류… “대통령실, 뭐든지 해야 할 때”

입력 2024-11-05 00:17 수정 2024-11-05 00:17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친윤석열)계가 명태균씨 사태 이후 ‘용산 리스크’가 커지자 대통령실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취 공개 이후 보수층 내에서도 민심 이반이 가시화되자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미치지 못한 점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정이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TK) 출신인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은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며 “지금은 국면 전환을 위해 뭐든지 해야 할 때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보수 단일대오로써 윤석열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정 화합이나 단일대오 유지 필요성은 유지하면서도, 친윤계 지도부 역시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거나 대통령실의 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간 “법적 문제는 없다”며 선을 그어온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정치권에선 보수 지지층마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온 것이 친윤계를 다급하게 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 악화되기 전에 지지율 하락세를 돌릴 조처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가 섣불리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하다가는 다 죽는다”면서도 “대통령실도 법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을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K 출신 다른 재선 의원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는데 분위기를 반전시킬 노력을 해야지, 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느냐’는 게 지역 민심”이라며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뭐가 됐든 여론에 귀 기울인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중립지대 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4선의 한기호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20% 밑으로 내려온 것을 당 의원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야 국민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의원은 이날 추 원내대표와 당내 3선 의원들 간 간담회 이후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으냐’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한번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말이 오갔다”고 전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