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장 탄핵 예고에도 마땅한 카드 없는 檢

입력 2024-11-05 01:32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안 처리를 예고하면서 검찰 내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이 지검장 직무가 즉시 정지돼 각종 범죄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에선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현실적으로 인용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최근 중앙지검 소속 검사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 움직임에 대해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주요 민생 사건 등을 수사한 부서 검사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앞으로도 더 힘내 달라”고 격려하는 한편 “탄핵이 현실화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고 한다. 중앙지검장 임명 후 그간 적체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소회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만약 탄핵이 돼도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과 민생범죄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뚜렷한 위법이 없는데 주요 사건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탄핵 대상이 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중앙지검 수장이 공석이 되면 범죄 대응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지검장 직무가 정지되면 형사부를 지휘하는 1차장검사가 직무를 대리하는데, 2~4차장검사 산하 사건까지 모두 지휘해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장 탄핵은 다른 기관장 탄핵과는 의미가 다르다. 수사와 재판은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데 특정 시점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민주당이 탄핵을 스스로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여야 정쟁으로 헌법재판관 6인 체제가 이어지고 있어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신속히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중앙지검장 공백이 최소 6개월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요건에 중대한 위법 사항이 필요한 만큼 국회가 제도를 오남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탄핵심판 결론 전까지 직무정지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을 헌재에 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탄핵소추된 공무원의 직무정지는 헌법에 명문화돼 있어 인용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내용이라 가처분을 인용하면 헌법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