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인 A씨(19)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생활고에 시달렸다. 미등록 이주 아동 신분이던 A씨가 성인이 되자마자 법무부가 내건 조건에 따라 부모님이 나이지리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은 A씨는 2021년 4월 법무부가 마련한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의 수혜자로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이 제도 도입 이전에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은 주민으로 등록할 방법이 없었는데, 임시 등록제도를 통해 공교육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만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결국 성인이 된 A씨는 동생과 단둘이 한국에 남았다. 그는 유학비자(D-2)를 받았지만, 휴학하면 비자가 상실돼 취업도 할 수 없었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A씨는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고 빈 강의실을 찾아 잠을 자는 등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마련한 미등록 이주 아동 임시등록 제도가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4일 열린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선 이주 아동의 정착을 돕기 위해 제도를 더 유지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일부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미등록 이주 아동이 구제대책 대상이 되려면 중·고교에 재학 중이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성인이 된 이후에는 국내 대학에 입학해야만 한국에 머물 수 있다. 부모의 경우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법무부는 당시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족 단위의 불법 이민이 증가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아직도 구제대책을 받지 못한 아동들이 많다. (임시) 대책이 제도화할 수 있도록 수혜 기간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 아동은 총 3196명으로, 이 중 체류자격을 받은 아동은 920명에 그친다.
김 연구위원은 구제 대책 적용 요건 완화도 강조했다. 그는 “자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모의 출국 시기를 자녀가 24세가 되는 때까지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혜경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관은 “대학에 입학해야만 성인 이후에도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건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유학생으로 보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