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이어 “도시의 장기적 성공 도모 위해선 유연성·적응력이 필수”

입력 2024-11-05 01:20
사이먼 안홀트 안홀트사 회장이 4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도시브랜드 포럼’에서 ‘좋은 도시와 브랜딩을 위한 관리 지표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홀트 회장은 국가브랜드 개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부산=윤웅 기자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4일 열린 ‘2024 부산 세계 도시브랜드 포럼’에서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도시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브랜드 전략을 넘어 경제, 문화, 환경 등의 균형 잡힌 발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커니사의 루돌프 로메이어 시니어 파트너는 포럼에서 세계가 구조적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하며, 도시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장기적 성공을 도모하기 위해선 유연성과 적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력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할 경우 무역, 관광, 투자 유치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했다.

루돌프 로메이어는 성공적인 도시 브랜드 구축을 위해선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을 넘어선 ‘행동 외교’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도시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을 통해 느끼는 변화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하며, 과도한 광고비 투입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디자인의 전략적 중요성도 주요 세션 중 하나로 다뤄졌다. 세계디자인기구 토마스 가비 회장은 글로벌 도시들이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지 사례를 공유하며, 도시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디자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디자인 혁신을 경험한 고든 브루스 회장은 삼성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디자인이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기업과 도시의 이미지 개선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부산이 글로벌 디자인 중심지로 자리잡기 위해 내실 있는 디자인 철학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프랑스디자인진흥회의 에마뉴엘 투안 회장은 파리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랜드마크와 파리 패션위크가 도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산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역사적 유산이 단순히 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국제적 외교 및 경제적 영향력까지 확대하는 요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다케오시의 미조카미 마사카츠 도서관장은 도서관을 통한 도시 브랜드 강화 사례를 공유했다. 다케오시 도서관은 학습과 교류의 장으로 재창조돼 지역 주민의 자아실현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는 “도서관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장소로 기능할 수 있다”라며 부산도 이를 참고해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랜드마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부산=윤일선 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