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자에게 소망 주는 목회적 돌봄 펼쳐야

입력 2024-11-05 03:02

이혼을 입밖에 꺼내기조차 힘들었던 시절을 뒤로하고 요즘은 ‘이혼’ ‘돌싱’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동시에 교회에선 이혼 등의 아픔을 보듬는 가정회복 사역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혼자나 이혼자 자녀, 이혼 가정, 이혼위기 가정 등 이른바 ‘스페셜 패밀리(특별한 가정)’를 대상으로 사역에 힘쓰는 교회와 해외 사례 등을 통해 가정회복 사역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들여다봤다.

‘이혼 아픔’ 목회자의 회복사역

주일이었던 3일 경기도 하남의 은혜의정원교회(정재우 목사). 이곳에서 김은수(가명)씨를 만났다. 2년차 출석교인인 그는 “아들과 남편의 오랜 불화로 아들이 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여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이혼 위기 가정이었다”면서 “이 교회의 프로그램과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가 변화를 경험했다. 타 교회에 출석하던 남편도 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의 변화 모습에 오랜 기간 조울증을 앓던 김씨의 아들도 마음 문을 열었다. 김씨는 “남편과 아들이 10년 만에 포옹을 하더라. 우리 가정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고 이런 사역이 한국교회에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회 담임인 정재우(67) 목사는 2017년 출석교인 1000여명 규모의 대조동순복음교회를 정년보다 앞당겨 은퇴하고 은혜의정원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올해로 7년째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교회’라는 슬로건을 걸고 회복 사역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새롭게 목회를 시작한 이유는 그 역시 의도치 않게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이후, 교회 내 이혼이나 이혼에 준하는 아픔을 겪는 이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의 경우 이혼자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인은 물론 비신자나 타 교회 출석 성도도 참여할 정도다. 매년 봄(5월)·가을(10월) 열리는 ‘드림어게인스쿨’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전문 강사들의 강의와 나눔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회복을 경험하고 체험하도록 돕는다. 또 드림어게인스쿨이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에는 매주 토요일 정기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혼 후 재기’ 관대한 미국 교회들

미국 교회는 어릴 때부터 믿음의 가정에 대해 지도하며 교회의 감독과 지도 아래에서 결혼이 이뤄져야 함을 가르친다. 특히 결혼 후에도 이혼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미국 교회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소망교회, 피닉스 마운트파크 코메니티교회, 새들백교회, 윌로크릭교회 등이 이혼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사역을 펼치는 대표적 교회로 꼽힌다. 미국 교회에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회개와 성화 과정의 노력이 있다면 공동체에서 다시 갱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1980년대 이혼한 데일 겔로웨이 목사는 사역 교회에서 사임한 뒤 이혼 가정을 위한 치유사역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워진 뉴호프 커뮤니티 처치는 ‘미국의 10대 교회’로 꼽힌다.

교회·전문기관 상담 투 트랙으로

한국교회에서 이혼 사역이 저변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유교 성향이 여전히 강한 교회 문화와 무관치 않다. 주위 시선과 체면 때문에 자신의 연약함이나 실패 등의 삶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은 것이다.

한국가정협회 회장인 이희범 목사는 4일 “많은 교회들이 이혼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목회적으로 돌봐야 할지 몰라 방치 내지는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목회자들은 이혼자들에게 소망을 주는 목회적 돌봄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교회에서 여의치 않을 경우 외부의 전문 상담기관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년 가까이 가정사역단체 ‘진새골 사랑의집’에서 이혼자들의 회복을 돕는 주수일 이사장은 “홀로된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을 꾸리려면 영성 회복만 강조해선 안 된다. 이혼 후 대부분 개인 생활도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남녀 차이, 성격 유형, 가정을 꾸려가는 성경적 원리 등을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남=조승현 김아영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