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저격수·방탄유리 사무소·보안 펜스… 美 당국 ‘전쟁하듯’ 보안 강화

입력 2024-11-05 00:26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리티즈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장 인근에서 경호 태세를 갖추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선거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투개표소에 대한 보안 강화에 나섰다. 2021년 1월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와 같은 극단적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의 최대 도시 피닉스가 포함된 마리코파카운티 치안 당국은 최대 200명의 부서 직원을 동원해 24시간 투표소를 감시할 방침이다. 이 기간 응급구조대원의 휴가도 중단됐으며 필요한 경우 투개표소 근처 옥상 등에 저격수를 배치할 계획이다. 피닉스 일대 개표소를 보호하기 위해 드론도 동원된다.

마리코파카운티는 2020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개표 중단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던 곳 중 하나다. 애리조나주는 이번 대선에서도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중 하나로 꼽힌다. 러스 스키너 마리코파카운티 보안관은 “예전에는 50명 안팎의 인원이 선거 업무에 동원됐다”며 “지난 대선이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거관리사무소 수백 곳은 현재 방탄유리와 강철 문, 각종 감시장비로 보호받고 있다. 일부 카운티에선 각 투표소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신분증 끈에 착용할 수 있는 비상벨을 배포했다. 우편물을 통한 화학 공격에 대비한 방호복과 해독제를 비축한 곳도 있다.

선거일 이후에도 각 주의회에서 승리한 후보 측 선거인단이 실제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를 진행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이를 겨냥한 공격을 막기 위해 조지아주는 의사당 주변에 보안 펜스를 설치했다. 애리조나주는 주요 시설의 출입문 보안과 CCTV 시스템을 강화했다. 선거 결과 인증을 맡은 주 국무장관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바다주와 워싱턴주는 폭력 사태를 대비해 주방위군에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선거혁신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베커 이사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지자들이 받게 될 충격을 상상해 보라”며 “이를 악용해 그들을 분노하게 하고 폭력을 선동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