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 피해 커 민심 악화… 국왕, 수해 현장서 욕설·진흙 봉변

입력 2024-11-05 01:03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3일(현지시간) 대홍수 피해 지역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에서 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노한 수재민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대홍수 피해 지역을 찾았다가 수재민들로부터 욕설을 들으며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수해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17명으로 늘어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의 수해 현장을 레티시아 왕비,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함께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 일대에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62명이 사망한 최대 피해 지역이다.

성난 주민들은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를 향해 진흙과 오물을 던지며 “살인자들”이라고 외쳤다. 경호원들은 다급히 우산을 펼쳤지만 국왕 내외는 얼굴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당했다. 투척물 중에 돌과 단단한 물체도 섞여 있어 경호원 2명이 다쳤다고 스페인 RTVE방송이 전했다.

펠리페 6세는 수재민을 직접 만나 위로하면서 국가의 대응 노력을 설명했지만 거센 항의 탓에 예정된 시간보다 일정을 단축해 현장을 떠났다고 AFP는 전했다. 파이포르타 다음으로 계획했던 수해 지역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펠리페 6세는 왕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주민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 수재민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수재민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남동부에서 기습 폭우와 대홍수에 따른 사망자는 이날까지 217명으로 집계됐다. 300여명이 사망한 1973년 10월 홍수 이후 51년 만의 최악 재해로 기록됐다. 여전히 수십명이 실종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