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소실된 피부서 땀이… 임신으로 창조 섭리 배웠어요”

입력 2024-11-05 03:07
김수연(왼쪽) 집사가 남편과 함께 아들 김그루의 100일 기념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김 집사 제공

입술 아래부터 양팔까지 이식한 피부의 상반신. 양팔이 흉터로 덮인 그가 한손에 9㎏ 아이를 번쩍 들고는 교회 본당 앞으로 나갔다. 아이 등에는 강대상 위 추수감사절 헌물을 올려놓기 위한 참기름 한 병이 묶여 있었다. 29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만난 김수연(37) 집사는 자신의 휴대전화 속 화면을 보이며 “다른 손에 제 헌물도 들고 있을 만큼 팔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집사가 이 일을 이토록 자랑스럽게 말한 이유는 그가 9년 전 사고로 팔을 절단해야 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집사 신체가 빠르게 회복된 데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임신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5년 김 집사가 결혼식을 석 달 앞둔 날이었다. 일하던 연구실에서 그는 상반신 전체에 불이 붙는 사고를 당했다. 이 일로 전신 45%의 근육과 지방층이 손상되는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는 떨어지는 산소포화도를 잡기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폐에 80%가 물로 차는 폐수종을 겪기도 했다. 김 집사는 “몸에서는 침상 시트를 적시는 진물이 계속해서 났고 피부를 찌르는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몸에 호스를 달고 일반실로 옮겨져 목과 손가락, 팔을 합쳐 50번이 넘는 재건성형을 했다.

수술 이후에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계속됐다. 김 집사는 “밤새 온몸이 불타는 악몽에 시달렸고 피부를 아리는 고통에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더 크게 다가온 것은 보기 힘들게 처참해진 내 몸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나님을 원망하던 김 집사는 회개와 감사를 거듭하며 기도의 자리에 순종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내 교만이었음을 인정하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가치 없는 것은 불에 타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고난을 믿음으로 극복한 그였지만 자녀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기 두려웠다고 했다. 김 집사는 “남편과 저는 힘든 시기를 이겨낸 믿음의 부부였지만 제 상태를 판단했을 때 아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좋지 않은 형편, 상황에서 자녀를 낳지 않는게 최고의 모성이라고 결론을 내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용하는 약 10개, 피부이식으로 늘어나지 않는 복부, 땀구멍의 소실. 김 집사가 전신화상 이후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으로 얻은 후유증이다. 그가 “아이를 주셔도 내 노력으로 안된다”라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집사는 “생각하지 못한 때에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며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복용하던 약과 마약성 진통제를 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여자의 몸이 출산으로 인해 상하도록 창조하지 않으셨다.’

김 집사가 자신의 몸으로 겪으며 배운 창조의 섭리다. 그는 “아이 임신 전 두려움을 가졌던 문제들이 되려 임신기간 동안 치료됐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 호르몬의 영향인지 늘어나지 않던 피부는 부드러워졌고 땀이 나지 않던 부위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며 “진통제에 의존하던 내가 이것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이 시기를 통해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신한 배가 위로 올라와 내부 장기를 밀어 8개월 입덧을 겪어야 했지만 이전보다 더 건강해진 몸 상태로 3.3㎏의 아이를 출산했다. 김 집사는 “아이를 출산하며 내 몸에 몰랐던 기능들을 알게 됐다”며 “순리대로 살았더니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임신 과정으로 알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김 집사의 화상 입은 손과 아들의 손이 포개진 모습. 김 집사 제공

그렇게 화상으로 결손되기 전 김 집사의 손과 귀를 똑닮은 김그루(1)군이 태어났다. 김 집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이 낳기를 두렵게 만들어 낳아봤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며 “내 추상장애와 지체장애는 아이에게 면류관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자녀를 낳고 보니 비로소 알게 됐다”며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녀 한번 낳아볼래’라고 권유하시기보단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자녀를 통해 알려주겠다’며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몸의 형편은 성경 인물 사라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두려움이 들 때마다 ‘여호와 이레(미리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외치며 믿음을 가졌다”고 했다.

교회가 출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축복하는 분위기는 김 집사가 ‘아이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배경이 됐다. 그는 “교회는 세상과 다르게 출산이 훈장이 된다”며 “교인들은 아들을 ‘기적의 아이’라고 부르며 무한 사랑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가 생명의 소중함을 응원하고 중보기도 했을 때 개인에게 일어난 기적조차 교회 전체의 기적이 된다고 고백했다. 김 집사는 “나도 모르게 긴 시간 동안 가족, 교회 공동체로부터 중보기도를 받고 있었다”며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하나님의 일하심을 감사한 분들이 많았다는 것을 후에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