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들어섰지만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리츠주는 힘을 못 쓰고 있다. 대형 리츠의 연이은 유상증자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상증자가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한 것인만큼 올해에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지난 1일까지 한 달간 ‘KRX 리츠 TOP 10지수’는 8.37% 하락했다. 이 지수는 국내 코스피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포함한다. 전체 34개 KRX 테마 지수 중 5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KRX 부동산 리츠 인프라 지수도 같은 기간 6.10% 하락했다.
리츠는 통상 금리 인하기 수혜를 입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여겨진다.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 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게 리츠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인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리츠주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 8월 말까지 KRX리츠 TOP10 지수는 12.19%, KRX 부동산 리츠 인프라 지수는 7.37% 올랐다.
대형 리츠들이 유상증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한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삼성FN리츠는 경기 성남의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매입하기 위해 6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리츠는 서울 강남구 L7 강남 호텔을 매입하기 위해 163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리츠도 서울 장교빌딩의 한화그룹 사옥을 사들이기 위해 437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예정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것도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기준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연 4.28%를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 대선이 끝나면 이달부터는 리츠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일반적인 주식의 경우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 희석 효과로 주가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리츠의 경우 확충한 자산으로 신규 자산을 매입해 수익원을 늘리므로 유상증자가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츠 주가는 9월부터 집중된 유상증자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으로 부진한 흐름으로 전환했다”며 “대형 리츠의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이 마무리되고 미 대선이 끝난 뒤부터 주가 변동성은 완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구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