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결성한 시·도지사협의회가 3일 현 상황을 ‘집권세력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쇄신’을, 한동훈 대표에게는 ‘단합’을 촉구했다. 여권 중진 정치인 출신인 시·도지사들이 당정 갈등과 여권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야당의 전례 없는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 남용은 국가기관을 무력화시키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공직자 탄핵을 남발하다 이제는 대통령 탄핵까지 거리낌 없이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과 당내 불협화음은 당원과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한 대표는 패권 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정상 정치 복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광역단체장 중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공개적으로 한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협의회 입장문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의 변화를 촉구하는 ‘양비론’ 내용이었지만, 그 이면은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의 잠룡들이 한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정치적 영역 확대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보완재 관계여야 하는데, 대체재가 된 상황”이라며 “여권의 분열로 생긴 정치적 공백을 시·도지사들이 선점해 ‘보수 대주주’가 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 시장 등은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다른 시·도지사들도 중앙정치 내 지분을 쌓을 타이밍이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친한(친한동훈)계는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시·도지사들이 윤 대통령에게 소통과 쇄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냈다는 데 주목했다. ‘친한 대 친윤(친윤석열)’의 역학 구도가 한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방증이란 설명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시·도지사들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데 세력화가 되겠나. 친윤계가 양비론으로 이동한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시·도지사들의 고언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공개 메시지를 절제하는 시·도지사들이 백가쟁명식 비판을 쏟아내는 건 그만큼 당이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 개혁세력이면 몰라도 당대표는 ‘여당 내 야당’이 될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며 “더 이상 분열하고 갈등하는 방식으로 당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