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이 러시아 기술 지원을 통해 다탄두형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일은 북한 도발에 대응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반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익스프레스는 2일(현지시간) “화성-19형은 외관상 러시아의 야르스 미사일과 매우 흡사하다. 러시아의 첨단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거리와 탑재 용량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 기술을) 복제하거나 설계를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된 여러 이미지에서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MIRV) 기술을 암시해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야르스는 사르맛과 함께 러시아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다탄두형 ICBM으로 꼽힌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3일 ‘화성-19형 분석 자료’를 통해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화성-19형은 ‘화성-18형’보다 길이와 직경을 늘린 사실상의 개량형”이라며 “탄두 적재 공간과 탑재 중량을 늘려 다탄두형으로 개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화성-19형의 탄두부가 화성-18형에 비해 뭉툭해 러시아의 사르맛과 유사하며, 화성-19형 1단 추진체는 야르스와 형상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다탄두 기술은 하강 단계에서 여러 개로 분리된 탄두가 각각의 목표를 타격하는 기술이다. 탄두 분리 이후에는 요격이 어려워 미국이 보유한 첨단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대응체계로 꼽힌다. 그러나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담보돼야 하는 등 기술 장벽이 높다. 북한은 그동안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기 위한 정상 각도(30~45도) 시험발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독자적으로 해당 기술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를 계기로 열린 외무장관 전략대화 공보문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침략 정책을 억제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 무력 강화 노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러시아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첨단기술 이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제주도 인근에서 합동 공중훈련을 시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제주 동방의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했다”면서 B-1B가 가상의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공중훈련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미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인 B-1B가 한반도에 전개된 건 올해만 4번째다.
이택현 박민지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