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38% 집서 임종 원하지만… 75%는 병원서 마지막

입력 2024-11-05 04:21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에게 임종을 원하는 장소를 물었을 때 1위는 집(38%), 2위는 병원(19%), 3위가 호스피스(13%)였다. 노인이 아닌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집 57%, 호스피스 20%, 병원 16% 순서로 나타났다.

호스피스에 대해 좀 더 익숙한 젊은 층일수록 호스피스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이든 일반 성인이든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집이다. 하지만 2020년 전체 사망자 중 75%가 병원에서 임종했다. 집과 호스피스를 원해도 결국은 병원에서 죽는 것이 한국인의 운명이다.

집에서의 임종이 어려운 이유는 생애말기 돌봄, 즉 간병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말기 암과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는 고통을 견디기가 어려워 병원을 택하게 된다.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병원 사망의 경우 마지막까지 연명치료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사자를 피해 들어간 굴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것처럼, 집에서 겪을 고통이 두려워 병원으로 갔지만 오히려 연명치료의 고통에 빠지는 격이다.

결국 연명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고통 없는 임종이 가능한 곳은 호스피스 병원뿐이다. 하지만 국내 요양기관 수는 9만7000개 정도인데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은 94개로 전체의 0.1% 수준이다.

호스피스에 입원하려면 0.1%의 행운이 따라야 한다. 또한 현행법상 호스피스는 말기 암을 비롯해 몇 개 질환이 아니면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말기 파킨슨병, 심장병, 치매 등 대다수 환자들은 법적으로 호스피스를 받을 수 없다. 말기 암 환자라도 0.1%의 행운이 있어야 하니 아예 입원하지 않고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면 집에서 완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가정형 호스피스는 입원보다 더 어렵다. 이것도 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행법상 입원형 호스피스 병원만이 가정형 호스피스를 할 수 있다. 2023년 가정형 호스피스를 하는 기관은 겨우 39개뿐이었다. 전체 의료기관의 0.04%다.

대한민국 국민은 집에서 죽기를 원한다. 병원에서 질질 끄는 연명치료의 고통을 잘 알기에 그렇게 죽을 바에야 안락사를 원한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집에서 편하게 통증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너무나 빈약하다. 집도 고통, 병원도 고통이어서 편히 죽을 곳이 없다. 오늘도 호스피스 자리 나길 기다리던 환자가 결국 처치실에서 숨을 거두셨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