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빵’이 전도 도구로… 불혹의 도전 헛되지 않았다

입력 2024-11-04 03:08
류공석 예한교회 목사가 교회 카페에서 열린 제빵 교실에서 이스라엘 빵인 ‘할라빵’ 만드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예한교회는 여느 교회와 다른 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교회라기보다는 일반 베이커리 카페 같다.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주일이 되면 카페가 아닌 예배당으로 변신한다. 성도들이 함께 찬양을 부르고 기도도 한다 예배를 마친 이후에는 함께 빵을 나눠 먹으며 한주간의 삶도 나눈다.

이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는 류공석(58) 목사다. 다소 늦은 나이에 소명을 받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공부를 하면서 이스라엘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됐다. 마흔이 다 된 나이였지만 가족들을 데리고 이스라엘로 향했다. 그곳에서 성서학과 이스라엘 역사 등을 공부했고, ‘텔아비브욥바교회’를 개척해 현지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류 목사는 한인들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에게도 다가갔다. 한인들과 유대인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한 새사람 공동체’를 꾸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메시아닉 유대인’ 사역자들과 동역하거나 그들을 후원했다. 또 매주 20~3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요단강에서 세례식도 거행했다. 7년 8개월 동안 이어간 이스라엘 생활은 류 목사에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 준 광야였다.

이스라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류 목사는 한국에서도 이스라엘에서 받은 은혜를 바탕으로 뜻깊은 목회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상가에 교회를 개척해 이끌고 나가야 했다. 특히 초기 목회에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 교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찾아왔고 우리 같은 작은 개척교회의 경우 임대료 등 고정지출비용이 상대적으로 늘어나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도의 어려움, 고착화되는 교인들의 수평 이동, 게토화되는 한국 교회의 모습 등으로 목회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는 류공석 목사.

고심 끝에 ‘선교적 교회’라는 방향성을 붙잡은 류 목사가 주목한 건 빵이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불신자들을 기탄없이 만날 수 있는 매개로 빵을 삼은 것이었다. 이후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한 그는 특별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맛봤던 ‘이스라엘, 지중해 빵’이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노회를 통해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빵을 통한 목회를 지향한 만큼 빵에도 성경적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이 안식일에 사용하는 빵인 성찬용 ‘할라빵’을 내놨죠. 이와 함께 가장 오래되고 지금도 널리 먹는 ‘플랫브레드 피타’, 유대인 디저트빵 ‘바브카’, 무교병 등도 매대에 올렸놨어요. 모두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제품입니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발효종, 탕종 등으로 정성을 다해 만듭니다. 아울러 카페교회들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며 차별성과 전문성을 지니고자 힘을 쏟았습니다.”

초기에는 서투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특한 빵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카페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얼마 후에는 제빵을 배워보고 싶다는 이들도 생겨기면서 강연회도 마련했다.

카페교회가 자리매김하면서 류 목사는 선교적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빵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제시했다. 아무 수단 없이 전도할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단골 손님들이 많아졌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유대인들도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오곤 합니다. 이런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정직하게 응대하면서 자연스레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다가가기보다는 빵을 매개로 좋은 관계를 먼저 형성하는 거죠.”

덕분에 류 목사의 카페교회는 개척 초기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향후에는 지금보다 넓고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이동해 선교적 교회로서의 사명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당할 계획이다.

“이중직 목회를 통해 세상 속에서 교우들의 삶을 온 몸으로 알게 된 것도 은혜이고, 불신자들과의 일상적인 만남과 진솔한 대화, 용이한 전도도 큰 은혜입니다. 독특한 수단을 기반으로 교회의 지속성을 유지했고 나아가 더 큰 소명을 감당할 비전까지 품게 됐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함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성남=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