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명 판례 인용… 정읍시장 ‘허위사실 공표’ 파기환송

입력 2024-11-01 01:26

TV 토론회 등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허위사실을 적극 표명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토론회 발언을 처벌할 수 없다는 지난 2019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인용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이 시장은 직 상실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이 시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TV 및 라디오 토론회,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경쟁자 김민영 후보가 구절초공원 인근 토지를 매입한 뒤 국가정원 승격 공약을 내세운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1, 2심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시장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 사건의 대법원 전합 판례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당시 대법원은 토론 주제와 관련 없이 적극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닌 이상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은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를 도출했다. 토론회의 즉흥성을 고려할 때 발언의 전체 맥락을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시장 사건에서도 토론회 발언이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명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가 구절초공원 인근 토지를 보유한 건 사실이었고, 이 시장의 발언은 국가정원 승격 공약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김 후보의 토지 취득 경위를 일부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후보자에게 반박·해명할 기회가 주어진 상태에서 발언을 한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따라 공약 비판·검증 과정에서 한 표현의 의미를 세심히 살핀 후 허위사실 공표 성립을 부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